야구

한화의 반등? 미안하지만 가능성 낮다

Doctrine_Dark 2016. 5. 10. 21:12

[주장] 수렁 속 한화에 필요한 건 순위싸움보다 팀 운영 정상화

[오마이뉴스 글:이준목, 편집:이승훈]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016시즌 30경기를 치른 현재 단 8승(22패)만을 거뒀다. 승률은 2할6푼7리, 한화를 제외하면 3할대 승률을 기록 중인 팀도 없다. 시즌 일정의 약 1/5 정도를 소화한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부진이다.

한화는 4월 마지막 주(4월 26일∼5월 1일) 4승 1패를 거두며 모처럼 반전의 희망을 이어가는 듯 했으나, 지난주(3일∼8일) 1승 5패로 무너지며 다시 뒷걸음질 쳤다. 5월 성적도 2승 5패. 9위 기아 타이거즈와도 4.5게임차로 벌어져서 당분간 꼴찌 탈출조차 요원한 실정이다.

현재 한화를 둘러싼 악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령탑 김성근 감독이 허리디스크로 수술대에 오르며 지난 5일 SK전부터 결장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두산전에서 경기 중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자리를 비운 이후 벌써 두 번째다.  한화는 김 감독이 자리를 비운 경기에서 5전 전패를 했다. 현재로선 김 감독이 언제 팀에 복귀하게 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2015시즌 팀 총연봉 1위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등극했던 한화의 몰락은 벌써 올 시즌 최대의 이변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한화가 지난해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마리한화' 돌풍을 일으키며 프로야구 최고 화제의 구단으로 떠올랐기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행보가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다시 5연패 수렁, 한화 앞이 안보인다

현실적으로 올 시즌 한화가 초반 부진을 딛고 다시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기록과 전력을 감안할 때 사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144게임의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 리그에서도 시즌 초 성적은 중요하다. 특히 시즌 초 하위권으로 처지면 승률 회복을 위해 무리한 팀 운영을 하다가 오히려 선수들의 과부하를 초래하며 더 큰 수렁에 빠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시즌 초반 하위권 추락을 극복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4년의 LG 트윈스를 꼽을 수 있다. 당시 LG는 시즌 초반 성적부진으로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을 빠르게 정비했다. LG는 양감독 부임 이후 52승 41패 1무(승률 5할5푼9리)를 기록하며 최하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감독 교체 이후 꼴찌팀이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한 것은 역대 최초였다. 더구나 LG는 포스트시즌에서는 3위 NC를 잡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LG의 반전이 가능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마운드였다. 당시 LG의 팀 타율은 0.279로 10개구단 중 최하위에 그쳤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4.58로 전체 3위였다. 투수 조련사로 꼽히는 양상문 감독은 장기레이스에서 1승에 연연하여 투수진을 무리시키지 않았고, LG의 최대 강점으로 자리잡은 불펜 전원 필승조 체계를 구축하여 후반기 수많은 역전승을 일궈내며 기적같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프로야구 전체 역사를 돌아봐도 전력 차가 압도적이지 않은 한, 타격보다는 마운드가 강한 팀이 장기레이스에서 더 유리했다. 2005년 SK나 2009년 롯데도 5월~6월 초까지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며 극적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두 팀 모두 시즌 내내 일시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발진과 필승조를 중심으로 한 마운드 로테이션의 뼈대가 무너지지 않았다. 이들은 앞선 2014년 LG와 마찬가지로 승패 마진이 -10 이상 벌어지거나 최하위로 떨어지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드문 사례들이다. 야구를 괜히 투수놀음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화는 현재 평균자책점이 6.55로 리그 최하위다. 이는 올 시즌을 넘어 2013시즌 바로 한화가 세웠던 역대 최악의 자책점인 6.35마저 경신하는 불명예 기록이다. 심지어 실책마저도 40개로 독보적인 전체 1위다. 방망이도 타율(.262)과 홈런(23개)이 각각 리그 9위로, 그야말로 공수에서 어느 하나 믿을 구석이 없다.

장기레이스 버틸 힘 없는 한화의 마운드

무엇보다 한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운드가 장기레이스를 버텨낼 힘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유일하게 10개 구단 중 정상적인 5선발 로테이션이 존재하지 않는 팀이다.

한화는 현재까지 올 시즌 가장 많은 11명의 선발투수를 기용하고도 선발이 30경기에서 고작 99이닝(3.1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대신 불펜진이 무려 166이닝으로 거의 두배 가까이 많은 이닝을 떠맡아야 했다. 한화 선발진의 퀵후크는 16회로 전체 1위인데 비하여 선발승과 퀄리티스타트는 단 2회로 꼴찌다.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도 총 6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권혁-송창식-박정진 등 한화 불펜투수들은 올해도 이 페이스라면 단체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지난해도 퀵후크가 54회로 독보적인 전체 1위였다. 당시 한화는 시즌 중반까지 5할 승률과 5위권의 성적을 기록하며 올해보다 흐름이 더 좋았음에도, 결국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뒷걸음질치며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오히려 한화와 대조적으로 시즌 내내 주축 투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고 선발야구와 불펜 분업화를 고수한 SK가 5강 싸움의 최종승자가 됐다. '내일이 없는 승부'가 현대야구와 장기레이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지난해 실패를 통하여 충분히 증명되었음에도 올 시즌 한화는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 거리는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복귀하면서 선발진 운용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점이다. 로저스는 KT와의 복귀전에서 비록 패전투수가 되었지만 한화 선발진 중에서는 오랜만에 5이닝 이상을 소화해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로저스는 팔꿈치 통증으로 장기간 재활을 거쳐 마운드에 복귀한 선수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수술 전력이 있는 이태양과 송창식에게 무리한 투구를 강행하여 물의를 빚었고, 안영명은 1군 복귀 2경기 만에 다시 부상이 악화되어 재활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만에 하나 팀 사정이 급하다고 부상에서 갓 회복한 로저스를 지난해 하반기처럼 마구잡이로 굴리다가 다시 탈이 나기라도 한다면, 한화 마운드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수도 있다.

팀 운영 정상화 없는 순위 싸움, 의미 없다

여기서 좀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보면, 한화가 과연 이런 상황에서 순위 싸움에 집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회의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시즌을 포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매일 매일 그날의 승부에 연연하고 선수들을 쥐어짜면서도 성적은 오히려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고, 팀을 둘러싼 문제점은 전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패턴으로 후반기까지 억지로 끌고가 봤자 팀은 점점 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야구인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다.

한화에게 지금 순위 싸움보다 더 절실한 것은 팀운영의 정상화다. 한화에서는 투수가 자신이 내일 선발로 나갈지 불펜으로 나갈지, 추격조인지 필승조인지, 로테이션이 며칠마다 적용되는지, 결정권자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타자는 번트를 대기에 급급하고, 선발은 주자를 한 명 내보낼 때마다 벤치의 눈치를 봐야 한다. 선수들을 장기판의 말이나 소모품처럼 다루는 야구에서는 아무런 감동도 창의성도, 미래의 비전조차도 찾을 수 없다.

이미 올 시즌 한화는 포스트시즌이라는 목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본전이 아깝다고 밑빠진 독에 물을 들이부으면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다. 야구는 올해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한화 야구가 특정인의 개인적 야구관 따위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용 제물이 되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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