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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한화 송창식, 팔꿈치 통증으로 일본행

Doctrine_Dark 2016. 9. 23. 00:14





한화의 마지막 보루였던 송창식. (사진=엠스플뉴스 알렉스 김)

한화의 마지막 보루였던 송창식. 그도 아프다(사진=엠스플뉴스 알렉스 김)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 우완 구원투수 송창식이 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투수들의 잔혹한 부상 도미노가 끝을 모른 채 줄을 잇고 있다. 

 

한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에 “송창식이 8월 27일 SK와이번스전에 경기 대기 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증상은 팔꿈치 충돌 증후군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팔꿈치 충돌 증후군은 투수들이 겪는 만성 질환 가운데 하나다. 잦은 부상이나 무리한 투구로 인해 인대가 팔꿈치 뼈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을 경우 뼈끼리 충돌해 틈이 생기고 뼛조각이 생겨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상태가 경미할 시 이 통증을 안고 던지는 투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각해지면 팔을 들어올리는 게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경미할 시 최소 열흘에서 2주 이상의 재활 기간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화는 송창식의 상태가 그보다 더 심각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관계자는 “8월28일까지 인천 원정 선수단과 동행했던 송창식이 29일 일본 요코하마로 건너갔고,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며 "검진 결과에 따라 송창식의 1군 엔트리 제외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재로썬 상황이 썩 긍정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송창식의 혹사 잔혹사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짊어졌던 송창식. (사진=엠스플뉴스 알렉스 김)너무나 무거운 짐을 짊어졌던 송창식(사진=엠스플뉴스 알렉스 김)

 

막바지 순위싸움 총력전에 한창인 한화는 최근 3연승을 거뒀다. 그 상황에서 한화의 '승리 지킴이'인 송창식이 3경기 포함 총 4경기서 연속 결장하면서 그의 몸 상태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결국 사유가 부상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혹사에 대한 우려가 컸던 권혁이 24일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데 이어, 송창식마저 이탈하며 충격이 더한 상황이다. 실제로 권혁과 송창식은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송창식은 권혁과 함께 최근 2년간 KBO리그에서 가장 혹독한 등판 일정과 부담을 소화했던 구원투수다. 2년 동안 송창식은 총 130경기(선발 11경기)에서 206.2이닝 동안 총 투구수 3,756개를 소화했다. 구원으로만 따진다면 119경기에 나와 157이닝 동안 2,855구를 던졌다. 구원투수 가운데 리그에서 2년간 권혁(207.2이닝)과 박정진(158.2이닝)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구원이닝 기록이다. 

 

지난해 무려 109이닝을 던진 송창식의 분투는 올 시즌에도 이어졌다. 올 시즌 한화가 치른 116경기의 절반이 넘는 65경기에 나섰고, 구원으론 불펜 최다이닝 2위인 94이닝을 던졌다. 144경기로 환산했을 경우 121.1이닝을 던질 페이스다. 

 

KBO 역대 1선발 이하-120이닝 이상 투수KBO 역대 한 시즌 선발 등판 1회 이하, 그해 120이닝 이상 투구 투수(그래픽=엠스플뉴스)

 

역대 한 시즌 1경기 이하에 선발 등판하고, 그해 120이닝을 넘긴 투수는 11번(8명)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은 2004년 KIA 유동훈의 68경기 120.2이닝이 마지막이다. 그 이전을 거슬러 올라가도 2000년대엔 추가로 노장진이 2002년 삼성 소속으로 63경기에 나서 127.1이닝을 던진 기록이 전부. 이외엔 모두 현대야구의 기준이 정립되기 전인 199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다. 

 

송창식이 만약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10여년 만에 결코 환영할 순 없는 기록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는 뜻이다.

 

벌투논란, 현대야구를 역행하는 마구잡이 기용

 

불펜 투구를 소화중인 송창식. (사진=엠스플뉴스 알렉스 김)불펜 투구를 소화중인 송창식. (사진=엠스플뉴스 알렉스 김)

 

충격적인 기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송창식은 올 시즌 아마야구에서나 벌어질 만한 '벌투 논란'에도 휩싸였다. 4월 9일 선발투수로 나서 3.2이닝 동안 69구를 소화했던 송창식은 3일을 쉬고 13일 구원투수로 나와 0.2이닝 동안 15구를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날인 14일 구원투수로 등판해 4.1이닝 동안 90구를 소화했다. 

 

전날 등판했던 투수가 휴식일도 없이 곧바로 다시 등판해 90구를 소화하는 ‘엽기적인’ 상황이 프로 경기서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송창식이 6일 동안 던진 투구수는 무려 174구에 달했다. 이는 결국 벌투 논란으로 이어졌다. 당시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송창식이 마운드에서 무언가를 느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송창식의 2015년 혹사 일지.송창식의 2015년 혹사 일지.

 

송창식의 2016년 혹사 일지.송창식의 2016년 혹사 일지.

 

심각한 일정은 시즌 내내 이어졌다. 4월 21일 송창식은 3이닝 동안 61구를 던진 이후 단 하루를 쉬고 23일 다시 1이닝 동안 32구를 던졌다. ‘투구수가 50구를 넘길 경우 사흘간 등판시키지 않는다’는 최근 현대야구 구원투수 이론과 비교하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일이다.

 

송창식은 5월 27일에도 3.1이닝 동안 42구를 던진데 이어 다음날 0.2이닝 동안 7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가 많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불펜 대기 투구까지 합할 경우 등판 자체로도 그 부담은 상당히 늘어난다. 특히 부담이 심할 경우 온전한 휴식일이 필요한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 매커니즘상 이것은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7월부터는 연투가 시작됐다. 7월 27일부터 4일 연속 마운드에 올라 총 79구를 던졌다. 특히 1.1이닝, 0.1이닝, 2.1이닝, 1.1이닝을 소화하면서 1이닝 초과 등판도 세 차례나 됐다. 공수전환과 대기 시간을 고려해 1이닝 이하로 투수 등판을 제한하는 MLB(메이저리그)와 KBO의 일반적인 흐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송창식의 분투는 8월에도 이어졌다. 8월 9일부터 14일까지 6경기 가운데 5경기에 나와 7.1이닝 동안 139구를 던졌다. 특히 승부처로 접어든 후반기 들어 급격하게 부담이 늘었다. 최근 30일 동안 이틀에 한 번꼴을 넘는 14경기에 나와 23.1이닝 동안 416구를 소화했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기 이전에 이상 징후도 있었다. 송창식은 8월 24일 넥센전서 마지막으로 등판했다. 이후 팀이 치른 4경기에서 등판하지 않았다. 앞선 가장 최근 마지막 3경기에서 4이닝 동안 6실점하는 등 부진했다. 

 

2년간 송창식의 등판일지는 비정상적인 수준이었다. 그런데 더 우려스러운 건 심각한 수준의 혹사였던 지난 시즌에 비해서 오히려 세부적인 부담이 올해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송창식의 2년간 특정 등판 사례>

 

3연투

2015년 - 4회

2016년 - 5회

 

30구 이후 연투

2015년 - 3회

2016년 - 4회

 

50구 이후 사흘 이내 등판

2015년 - 1회

2016년 - 4회

 

2이닝 이상 불펜투구

2015년 - 9회

2016년 - 24회

 

선발등판 후 3일 이하 휴식 후 다시 등판

2015년 - 4회

2016년 - 1회

 

불펜등판 후 3일 이하 휴식 후 선발등판

2015년 - 5회

2016년 - 1회

 

2015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 3연투는 4회에서 5회, 30구 이후 연투도 3회에서 4회로 한 차례 늘었다. 50구 이후 사흘 이내 등판한 경우 역시 2015년 1회에서 올 시즌 4회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가장 충격적인 건 2이닝 이상 불펜투구 기록이다. 2015년 9회에 불과했던 2이닝 이상 불펜투구는 올 시즌 24회로 급격하게 늘었다. 송창식의 올 시즌 등판한 경기 수의 36.9%에 달할 정도로 2이닝 이상 투구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는 뜻이다. 

 

올 시즌엔 그런 선발 등판과 연계된 비정상적인 등판 기록은 확 줄었지만, 구원투수 송창식의 등판 부담은 확 늘어난 셈이다.

 

사연 많은 송창식, 끝없이 혹사당했다

 

불펜 피칭 중인 송창식. (사진=엠스플뉴스 알렉스 김)불펜 피칭 중인 송창식. (사진=엠스플뉴스 알렉스 김)

 

많은 부상과 병마를 이겨낸 송창식이기에 더욱 가슴 아픈 부상 소식이다. 또한 커리어 내내 잔부상에 시달렸던 송창식이었기에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는 안타까운 지적도 상당하다. 송창식은 청주 세광고 출신으로 2004년 2차 1번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 첫 해 8승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5년 팔꿈치 수술을 하면서 커리어에 어려움을 겪었고, 2008년 훈련 중 갑자기 손가락 끝에 감각이 사라지는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이 병은 폐쇄성 혈전 혈관염, 즉 '버거씨병'으로 불리는 희소병이었다. 

 

손의 감각이 가장 중요한 투수들에게는 선수 사망선고와 같은 소식이기도 했다. 결국 은퇴한 송창식은 유니폼을 벗고 세광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도 재활에 매진, 2010년 끝내 마운드에 복귀했다. 

 

2011년 34경기로 역할을 늘려간 송창식은 2012년 필승조로 나서 4승 3패 1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2.91을 기록하며 정상급 투수로 우뚝 섰다. 이어 2013년엔 마무리를 맡아 57경기 4승 6패 20세이브 평균자책 3.42를 기록하며 '인간 승리'의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2014, 2015년 한화 구원투수의 마당쇠이자 믿을맨으로 헌신하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위기에 몰렸다.

 

한화의 부상 잔혹사가 송창식마저 삼켰다.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

박동희, 배지헌, 김원익, 전수은, 김근한 기자 one2@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