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Doctrine_Dark 2015. 5. 24. 17:45


<블로그에 글을 먼저 써 놓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 사진을 찍었더니.. 배경으로 포스팅의 글이 나왔네요 ^^>





머리말에 의하면 이 책의 초판은 1988년 6월 항쟁 시기에 쓰여졌다. 격동의 시기에 낮에는 최루탄을 마시면서 돌을 던지고, 밤에는 들어와 숨어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글의 주제부터 시작해서 내용들과 문체가 상당히 전투적이고, 격정적이다.

어찌 됐건 이 책은 저자가 기대했던 것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저자가 곧이어 독일 유학을 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저자에게는 오늘의 유시민을 있게 만든 밑거름이 되었던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썼던 당시의 상황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자전적 책을 읽어 보면 잘 나온다.)

나는 이 책을 90년도 후반에 대학 시절에 읽었다. 당시만 해도 이 책은 의식 있는 선배들이 후배들의 갇힌 사고를 깨우쳐주는데 활용했던 학습서이기도 했다.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다시 읽으니, 강산이 두번 바뀌는 20년 만의 재회라서 감회가 새롭다.

20대 시절에 읽었던 이 책에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부분은 책의 첫 부분인 '드레퓌스 사건' 이다. 대학 초년생에게는 조금 어려운 내용이라, 전체를 다 읽지도 못한 상태에서 선배들이 강조했던 부분은 "'뉴스','신문'으로 대표되는 언론을 바로 보자"라는 주제였던것 같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 국가나 언론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고, 모든 뉴스들은 사상 편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주제였는데, 대학 초년생의 시각으로는 받아 들이기 어려운 주장이기도 했다. 특히나 나 같이 시골에서 갓 상경해서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신입생에게는.

그 때는 막연하게 이론으로 받아 들였지만, 20년이 더 지난 지금에는 저자가 주장했던 '드레퓌스사건'의 주제는 그냥 살아 온 세월 속에서 온 몸으로 깨닫게 된 사실이기도 하다. 세상에 가치 중립적인 뉴스나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 말이다.

저자가 다룬 주제들은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 10월 혁명', '대공황', '현재의 중국을 탄생시킨 신화 - 대장정', '아돌프 히틀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일 간의 갈등과 분쟁', '4.19 혁명', '베트남 전쟁', '미국내에서의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 말콤 X', '일본의 역사 왜곡', '핵과 인간', '독일 통일' 등으로,  "1980년대 청년 지식인의 지적 방항" 이라는 평가가 더하고 덜할 것 없이 어울리는 내용들이다. 저자의 혜안이 돋보이는 것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룬 주제들이 결코 낡지 않았고, 지금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주제들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구를 무차별 폭격해서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고, 미국에서는 퍼거슨 시에서 인종 차별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으로 폭동이 일어났다. 일본 정치가들의 망언은 끊이지 않고, 최근에는 헌법까지 뜯어 고쳐서 동아시아에 긴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북한의 통제 되지 않는 핵개발은 가장 큰 문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의 1980년대에 있었던 일들일까? 아니다. 2014년 바로 현재의 이야기들이다.

진보주의적, 사실주의적 관점에서의 근현대사 요약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이 책은, 19세기, 20세기의 제국주의가 일으킨 끔찍한 참사 (제1차, 2차 세계 대전) 들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저자의 시각이 돋보이는 부분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우리나라의 과거도 반성하지 않으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떳떳해 질 수 없다고 한 부분이다. 베트남전은 단순한 호치민에 의한 적색 공산화가 아니라, 프랑스, 미국 식민지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의 참전은 침략 전쟁에 동조한 것과 다름 없다는 논리는 일견 틀린 부분이 없는 주장이기도 하다.

* 번외의 이야기이긴 한데,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는 믿음이 당위성을 가지려면, 어째서 그토록 다른 나라를 괴롭히고 많은 사람들을 전쟁의 고통속에 몰아 넣었던 (나쁜 짓을 했던) 독일이나 일본같은 나라가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가 되었을까, 왜 그들은 제대로 된 징벌을 받지 않았을까에 대한 타당성 있는 답을 우선 찾아야 할 것 같다. 뭔가 억울하지 않은가?

실제 현실 세계에서도, 착하지 않고, 남을 괴롭히는 악당들이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니, 국가적 차원에서는 더 말해 무엇하리 라는 그런 자조적인 해석 말고, 납득이 가는 그런 답 말이다.


< 책 속에서> 
 
o "나는 궁극적 승리에 대해 결코 절망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한 신념으로 거듭 말합니다. 진실이 행진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음을!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자라나 더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합니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것입니다. " - (에밀 졸라; 드레퓌스 사건 시기의 프랑스 지식인 작가)
 
 o "나에게 단 하나의 문장을 주면 누구든지 감옥에 보낼 수 있다"
"거짓말을 하면 처음에는 부정하고, 다음에는 의심하나, 계속하면 나중에는 믿게 된다" - (파울 요제프 괴벨스: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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