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탐사보도] 한화 김민우 '어깨 관절 와순 손상', 누구 책임인가????

Doctrine_Dark 2016. 9. 22. 23:57





김민우는 데뷔 이후 '우완 류현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의 기대도 컸다. (사진=한화)김민우는 데뷔 이후 '우완 류현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김민우는 현재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마운드에 오를 날이 분명 있을 테지만, 그날이 언제일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사진=한화)

 
[엠스플뉴스]
 
에스밀 로저스, 배영수, 안영명, 송은범, 장민재. 한화 이글스 마운드의 '알려진' 부상자들이다. 안타까운 소식은 여기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부상자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번엔 21살 우완 유망주 김민우다.
 
김민우는 올 시즌 1군에서 단 5경기만 등판하고서 사라졌다. 5월 1일 삼성전(2.1이닝 4실점)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렇다고 퓨처스리그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선 아예 등판 기록 조차 없다. '엠스플뉴스'는 이와 관련한 의문을 시작으로 김민우를 취재했다. 취재 결과는 안타깝고도 충격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영건’ 김민우가 어깨 부상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화 최고 유망주 김민우, 어깨 부상으로 수술 위기
 

김민우는 한화 마운드의 미래였다. 사진은 2015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민우(우측)와 신인들. (사진=한화)김민우는 한화 마운드의 미래였다. 사진은 2015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민우(우측)와 신인들.(사진=한화)

 
한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잘 아는 한 의료인은 “김민우가 현재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무척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절와순은 어깨와 팔을 잇는 뼈 관절 주변을 감싼 연골조직이다. '관절와순 손상(SLAP:Superior labrum anterior posterior)'은 여러 부상 가운데서도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부상으로 꼽힌다. 김민우는 일본 병원까지 찾아가 어깨 상태를 점검했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 결과를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김민우의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며 “어깨 수술에 노하우가 풍부한 일본 의료진도 확실한 소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술하면 좋아진다는 쪽과 수술보단 재활로 이겨내야 한다는 쪽으로 갈린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관절와순 손상은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 수술 대신 재활 치료를 택하게 마련이다. 팔꿈치 수술과는 달리 어깨 수술은 재활 기간도 길고 재기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재활을 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나 손상 정도가 심할 때만 최후의 수단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김민우의 시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3년에 한 차례 토미존(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경험한 바 있다. 고교 시절엔 무릎 수술로 1년을 유급하기도 했다. 이제 21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에게 관절와순 손상은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일지 모른다. 
 
한화 최고 유망주는 어째서 어깨가 고장났나
 

한화 마운드의 미래, 김민우. (사진=한화)한화 마운드의 미래, 김민우. (사진=한화)

 
마산 용마고 출신의 김민우는 2015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한화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용마고 시절부터 김민우는 ‘초특급 유망주’로 불렸다. 191cm의 큰 키와 탄탄한 체구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은 이미 고교 레벨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입단 후 첫 캠프에서도 140km/h 후반대의 강속구를 앞세워 프로 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1군 데뷔전인 2015년 4월 1일 두산전에선 깜작 구원 등판해 2.1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이 경기가 끝나고 김성근 한화 감독은 김민우를 “재능있는 아이”라고 칭하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부터 김민우의 비극은 시작했다. 20살의 프로 루키임에도 김민우는 '재능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이른바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재능이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던 김민우는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지도 모른 채 벤치 사인만 나면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김민우는 7월 22일 불펜으로 나와 3.2이닝을 던진 뒤 사흘 뒤 선발로 다시 나와 4.2이닝을 투구했다. 8월 12, 13일엔 불펜에서 연투하고서 하루 쉰 뒤 15일에 다시 선발로 나와 3이닝을 던졌다. 26일 삼성전에선 구원으로 나와 5이닝을 던졌고, 사흘 뒤 또 구원으로 나와서 2.1이닝을 책임졌다.
 
혹사 또는 ‘한계 뛰어넘기’는 9월에도 계속됐다. 4일 넥센전 구원등판 뒤 하루 쉬고 6일 선발로 나와 6.1이닝 투구, 그리고 사흘 쉬고선 10일엔 구원등판, 다음날 다시 선발로 나오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마구잡이 기용이 계속된 끝에 김민우는 9월 20일 등판을 끝으로 1군에서 사라졌다. 팔꿈치 통증이 원인이었다. 
 

김민우 2015 투구일지. (그래픽=MBC스포츠플러스)김민우 2015 투구일지. (그래픽=MBC SPORTS+ 야시장)

 

데뷔 시즌 김민우의 최종 성적은 36경기(8선발) 70이닝 1승 3패 평균자책 5.14. 퓨처스리그에서의 등판 이닝까지 합하면 지난해에만 88.1이닝을 던졌다. 물론 여기엔 캠프 때의 불펜투구수와 정규 시즌 중 이런저런 형태로 던졌을 '변칙투구'는 제외돼 있다.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투수에겐 적지 않은 이닝 부담이었을 터. 시즌 초반 141~2km/h 대였던 김민우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즌 막바지엔 137~8km/h로 내려 앉았다. 
 
김민우가 수술 경력이 있던 영건이고, 팀의 미래를 짊어진 유망주임을 고려했다면 철저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민우에게 철저한 보호와 관리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김민우는 정규 시즌만큼이나 가혹한 겨울과 봄을 보냈다.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캠프에서 많은 공을 던졌고, 귀국 후에도 추가 훈련을 소화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투구폼도 수차례 교정했다. 시즌 초반 투구가 부진하자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김민우는 거기서 또 다시 투구폼 교정에 들어갔다. 1군 엔트리에 들지 않은 상태로 1군과 동행하며 많은 공을 던지는 이해 못 할 장면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결국 김민우는 어깨 관절와순 손상이라는 대참사의 희생자가 됐다.
 
재활과 재활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김민우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거나, 조직을 망하게 한다. (사진=한화)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거나, 조직을 망하게 한다. (사진=한화)

 
김민우의 기용과 관리 방식을 놓고, 그간 한화 구단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민우의 수술과 재활 여부를 놓고 현장과 구단 사이에 의견 차가 적지 않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권을 손에 쥔' 김 감독에게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항하지 못했다. 설령 이의를 제기해도 개선될 리 없다. '김성근 체재' 아래의 한화에선 감독과 이견을 보인 코치는 예외없이 퓨처스로 강등되거나 구단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단 사장, 단장이 김 감독의 폭주를 막느냐?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두 이가 팀의 미래를 염려해 감독 폭주를 막으려고 했다면 진작에 몸을 던져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이는 감독 폭주를 묵인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김 감독 취임 시 구단 수뇌부 이상의 힘이 김 감독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민우의 부상 소식을 접한 한 야구인은 "김민우 정도 유망주는 한화와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소중한 자산이자 보물이다. 길어야 3년 임기의 감독 한 명 때문에 이런 소중한 자산이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부상으로 쓰러진다면 이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김민우는 어깨 부상 이후 한화 서산 2군 훈련장에서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nterval Throwing Program, ITP)를 진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엔 ITP를 중단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재활과 재활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어깨 부상에도 다행스러운 건 김민우가 특유의 성실성과 낙관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을 극복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우는 서산에서 부상을 극복하고 마운드에 돌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김민우를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그걸 전부 이겨내고서 마운드에 올랐던 심지 굳은 선수”라고 칭찬한 뒤 “반드시 어깨 부상에서 회복해 마운드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많은 이의 믿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민우는 한때 한화 마운드의 미래이자 한국 야구의 미래였다. 다른 한화 투수들의 부상과 김민우의 부상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민우의 어깨 부상은 곧 한화 미래를 밝혀주리라 믿었던 청신호가 적신호가 됐음을 의미한다. 한한 야구해설가는 "야구인들이 김민우의 부상에도 분노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향후 야구사에 '한화 잔혹사의 공범'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한화 미래를 위해, 정상적인 프로야구를 위해 이 잔혹사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독의 비정상적 '콜업 놀이', 야구사의 쓰레기통으로 버려져야 할 때
 

한화 영건 김민우(사진=한화)한화 영건 김민우(사진=한화)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지금이라도 김 감독의 선수단 관리 방식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퓨처스 선수를 1군에 등록하지도 않은채 1군으로 불러다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쇼케이스'는 더는 지속해선 안 된다. 김민우도 1군 엔트리 말소 상태에서 1군과 동행하며 불펜에서 많은 공을 던졌다. 
 
여기다 1군 등록 다음 날 바로 퓨처스로 다시 선수를 내리는 쌍팔년도 선수 콜업 역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감독은 "한번 보려고 올렸다"고 할지 모르나, 선수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1군에서 2군으로, 1군에서 2군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동 거리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퓨처스 등판 스케줄 전체가 꼬여버린다는 점에서 감독의 '콜업 놀이'는 야구사의 쓰레기통으로 폐기돼야 한다.
 
그도 그럴 게 퓨처스 팀은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선수를 육성하는 곳이다. 1군 감독 마음대로 선수를 올렸다 내리길 반복하면 팀의 육성 계획이 모두 엉망이 되고 만다. 대부분의 퓨처스 코칭스태프는 1군 부상자 발생에 따른 갑작스러운 콜업이 아닌 이상, 1-2군간의 사전 협의대로 '업&다운'을 한다. 그래야 퓨처스 팀도 리그를 진행할 수 있고, 선수들을 차근차근 관리하면서 출전 스케줄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에선 이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다.
 
한화가 현 감독 체재 아래에서 5강 싸움에 사활을 걸면 걸수록 한화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짐을 한화 최고위층은 반드시 알 필요가 있다. 

+취재 후 : 김민우는 1군 홈경기 시엔 1군에서, 1군이 원정경기를 떠나면 서산 2군 훈련장에서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우의 어깨 상태를 고려하면 2군 훈련장에서 집중적이고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김민우는 부초처럼 자릴 잡지 못하고 있다. 놀라운 건 김민우의 어깨 상태를 한화의 몇몇 인사만 안 채 여전히 '쉬쉬'하고 있다는 것이다. 2군의 한 인사는 "김민우의 어깨 상태를 우리도 잘 모른다. 알 길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엠스플뉴스 탐사취재팀
박동희, 배지헌, 김원익, 전수은, 김근한 기자 gurajeny@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