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팩트체크] 출구없는 한화의 부상 잔혹사

Doctrine_Dark 2016. 9. 22. 23:53





한화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는 권혁은 2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할 페이스다. 권혁의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사진=한화)한화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는 권혁은 2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할 페이스다. 권혁의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사진=한화)

 

[엠스플뉴스]  

 

364이닝. 이 숫자는 올 시즌 8월 22일 오전 현재까지 한화 구원 투수 5명(권혁, 송창식, 정우람, 박정진, 장민재)이 구원으로 나와 기록 중인 이닝이다. 

 

그리고 이것은 1위 두산의 팀 전체 구원 358.2이닝 기록보다 5.1이닝이 더 많다. 한화의 전체 이닝인 554이닝과 두산의 총 이닝을 비교하면 그 격차는 190이닝으로 더 벌어진다. 최상위팀 전체 불펜 부담을 단 5명이 짊어지고 있는 현실. 그런데도 무려 200이닝 가까이 더 많은 추가 노력이 필요한 상황. 올 시즌 한화 마운드의 객관적 현주소다. 

 

문제는 단순한 이닝 숫자만이 아니다. 심수창은 최근 5경기 연속 경기에 등판했다. 1980년대나 1990년대 초반 야구에서나 찾아 볼 수 있었던 ‘5연투’ 기록이다. 그런데 그 기록을 멀지 않은 과거에 몇 차례 더 확인할 수 있다. 송창식(2015.5.1.~5.6)과 김기현(2015.8.26.~2015.8.30.)이 한 번씩 더 5경기 연투를 했다.

 

수년간 야구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일이 공교롭게도 김성근 한화 감독이 부임한 이후인 2015년부터 벌써 여러 차례 일어난 것이다. 사실 한화 경기 구원투수들의 3~4연투는 으레 당연하게까지 여겨지는 흔한 일이 됐다. ‘상식파괴’는 구원투수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당한 이후 다음 날 구원 등판이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선발투수가 채 3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계 투구수 역시 한화에서만큼은 ‘보호’나 ‘상식의 잣대’가 아닌 ‘무능력’과 동의어로 여겨진다. 한계 투구수를 언급하는 투수가 나약하고, 개인밖에 모르는 선수로 낙인찍히는 갸우뚱한 접근이다. 

 

이런 기용과 선수관리에도 불구하고 ‘혹사’란 단어는 한화 더그아웃에서 절대 금기어다. “현장의 일은 현장에서 판단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 때문이다. 수많은 생산적 비판을 무시하고 감독 고유 권한인 기용의 당위성만 내세우는 누군가의 철권통치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런 논란 속에 숨겨진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한화 투수들이 선수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개인의 비합리적인 독단적 선택으로 많은 투수가 수술대에 오르는 등 선수 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는 감독 고유 권한이나 일반적인 사건으로 볼 수도 봐서도 안 되는 일이다.

 

사라진 에이스 로저스, 수술대 오른 안영명

 

에스밀 로저스는 짧은 추억만을 남기고 떠났다. (사진=한화)에스밀 로저스는 짧은 추억만을 남기고 떠났다(사진=한화).

에스밀 로저스, 배영수, 안영명, 윤규진, 박정진, 송은범, 장민재. 그리고 김민우. 김 감독 체제에서 1년 9개월 동안 부상에 신음한 투수들의 명단이다. 

 

“투수 어깨는 던질수록 강해진다”는 한 지도자의 믿음과 달리 이들은 2시즌 동안 크고 작은 부상으로 상당 기간 전력에서 이탈한 경험이 있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는 전력에서 이탈했거나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특급투수의 면모를 과시, 재계약에 성공한 로저스는 벌써 짐을 쌌다.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 때부터 팔꿈치 인대에 문제를 느꼈던 로저스는 이후 관리가 중요했음에도 이른 시점에 복귀했고, 불과 6경기 만에 부상 재발로 팀을 떠났다. 2016시즌 경기서는 구위가 떨어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지난 시즌 막바지 강행 등판서부터 몸상태에 대해 우려가 컸었던 로저스였다. 결국엔 ‘괴물투수’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반짝 추억’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한화의 토종에이스로 불렸던 안영명도 마찬가지다. 안영명은 5월 5일 SK전 등판을 끝으로 장기 이탈 중이며 배영수는 올 시즌 아예 등판 기록이 없다. 이들은 지난 시즌 가혹한 등판 스케쥴을 소화하며 우려를 샀고, 올해 거의 던지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영명은 7월 19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어깨 수술을 받았다. 한화 구단은 “웃자란 어깨뼈를 깎아내는 관절경 클리닉으로 4~5개월의 부상 회복 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투수에게 매우 민감한 부상 부위인 어깨. 시즌 아웃 절차를 넘어 보다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부위다. 

 

안영명이 2015시즌 보여줬던 활약상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부상이다. 안영명은 2015시즌 미치 탈보트에 이어 가장 많은 이닝(125.1)을 소화하며 10승을 기록, 선발 한 축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화 소속으론 LA 다저스로 떠난 류현진 이후 4년 만에 나온 토종 투수 10승 기록 경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비극의 실마리도 함께 커졌던 지난해였다. 안영명은 지난 시즌 2009년의 140.2이닝 이후 첫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2226개의 공을 던졌다. 그런데 안영명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한 번도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의문이 드는 등판기록 들이 많았다.

 

일반적인 5일 휴식 후 등판은 17차례 이뤄졌고 4일 휴식 후 등판이 3차례, 3일 휴식 후 등판이 한 차례 있었다. 놀랍게도 2015년 5월 한 주에만 3차례 선발로 나오는 가혹한 일정까지 경험했다. 당시 안영명은 5월12일 대구 삼성전, 14일 대구 삼성전, 17일 대전 넥센전에 연이어 등판했다. 요일로 따지면 화요일, 목요일, 일요일에 연달아 나선 것이다.

 

비록 안영명이 삼성과 1차전 39구, 3차전 34구, 넥센전 55구만을 던졌다고 하더라도 선발로 나서기 위한 불펜 등판과 예비투구, 컨디션 관리 등을 모두 고려할 땐 분명히 너무나 혹독한 일정이었다. 실제로 ‘쌍팔년도식’이 아닌 현대 야구서 일주일에 선발투수가 세 차례 등판한 경우는 2002년 배영수까지 거슬러가야 할 정도로 진귀한 일이다. 

 

이후에도 안영명은 묵묵히 일반적이지 않은 스케쥴을 소화했지만 결국 같은해 9월 16일 광주 KIA전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보름간 내리 이탈했다. 그러나 한화가 10월 1일 목동 넥센전 패배로 PS 탈락 트래직 넘버의 마지노선까지 몰리자 10월2일 전격 복귀해 5.1이닝 2실점 역투로 팀을 일시적으로 구했다. 그리고 이 투구는 안영명이 정상적으로 던진 마지막 투구가 됐다. 

 

안영명의 어깨 컨디션 상태는 2015시즌 내내 완벽하지 않았다. 그런데 안영명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한 시기가 공교롭다. 한화의 가을야구 경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9월, 안영명은 사흘 휴식 후 투구(9.05 두산전), 나흘 휴식 후 투구(9.16)를 집중적으로 경험했다.

 

결국 스프링캠프서 꾸준히 어깨 통증에 시달렸던 안영명은 휴식과 재활 강행 끝에 1군 2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접었다. 안영명은 만약 올 시즌을 제대로 소화했다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복귀는 물론, 내년 시즌 성공적인 조기 복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고질 부상 시달리는 윤규진, 혹사 아이콘 된 장민재

 

보직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전천후로 활약했던 장민재 마저 최근 팔꿈치 통증으로 1군서 이탈했다. (사진=한화)보직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전천후로 활약했던 장민재 마저 최근 팔꿈치 통증으로 1군서 이탈했다(사진=한화). 

윤규진 역시 2015년 10월 안영명과 똑같은 어깨 수술을 받았다.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인한 관절경 수술이었다. 

 

윤규진 역시 2015시즌은 빛났다. 40경기서 3승2패 10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2.66으로 불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8월 이후 1군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10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0월 수술을 받은 윤규진이 불과 수술 2개월여가 조금 지난 시점 일본 고치 캠프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일본 고치는 올 스프링캠프 중 기후가 가장 추웠던 곳으로 최저온도가 1.6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지역이었다. 캠프 기간 평균기온도 11도에 불과했다. 타 팀의 전훈지였던 미국 애리조나, 괌, 호주 시드니 등이 평균기온 20~30도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열악한 기후환경이었던 셈이다. 

 

특히 수술 이후 재활 첫 단계를 밟아야 하는 선수입장에선 치명적인 환경일 수 있었다. 당시 고치 캠프를 직접 경험한 한 야구인은 “여기서 캠프를 치르는 것은 오히려 선수들에겐 마이너스다. 건강한 선수들마저 그런데 부상 재활 선수들이 여기서 어떻게 재활을 할 수 있겠나”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우려와 달리 윤규진은 복귀 첫 달이었던 4월 9경기, 8이닝 동안 평균자책 3.38의 준수한 투구를 했다. 그러나 5월 평균자책 9.95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선발로 전환한 5월 말 이후에도 여전히 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야구인은 “윤규진의 올 시즌 구위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고 보인다. 지난해 수술 이후 너무 조기에 복귀한 것이 아닐까 싶다”며 “프로 데뷔 이후 제대로 된 선발 경험이 많지 않았던 투수가 특별한 준비 없이 갑작스레 선발로 전환한 것 역시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윤규진이 올 시즌 부진한 명확한 원인과 전후 관계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윤규진은 지난 시즌 어깨 통증을 참고 등판을 계속 강행했고, 결국 수술을 받은 끝에 올 시즌엔 예전만 못한 투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전천후 투수로 불렸던 장민재마저 최근 이탈했다. 장민재의 부상은 오른쪽 팔꿈치 주관절 외측부 만성통증이다. 한화는 “평소에도 통증을 안고 있었던 부위로 컨디션 회복차원에서 열흘 정도 휴식을 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피로감을 달고 사는 부위인 팔꿈치인 만큼 한화의 설명대로 심각하지 않은 사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민재의 올 시즌 등판일지를 살펴보면 결코 쉽게 생각할 일 또한 아니다. 장민재는 올 시즌 36경기에 나와 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 4.08을 기록했는데 81.2이닝을 소화하며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롱릴리프, 승리조, 패전조, 선발 등 궂은 일을 가리지 않았다. 

 

시즌 내내 거의 ‘애니콜’ 수준이었다. 상황에 관계없이 늘 불려나온 장민재는 구원투수임에도 선발 못지않은 1542구의 투구수를 소화하면서 많은 우려를 사기도 했다. 장민재는 8월 이후 한 차례만 던지는 등 사실상 개점 휴업임에도 83이닝을 소화했다. 이는 선발을 포함한 전체 투수 중 31위에 해당한다.

 

결국 장민재는 7월 27일 이후 거의 한 달 가까운 기간 던지지 못했다. 8월 20일 kt전서 극적으로 복귀해 1.1이닝을 던졌지만 홈런 1방 포함 3안타를 허용하고 2실점을 했다. 전반기와 비교하면 완연하게 구위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레전드’ 배영수와 ‘미래’ 김민우는 어디에?

 

오뚝이 배영수도 선수 생명에 중대한 기로에 섰다. (사진=한화)오뚝이 배영수도 선수 생명에 중대한 기로에 섰다(사진=한화).

배영수는 과거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피나는 재활을 성공, 투혼의 상징으로 꼽혔다. 그런데 이번 복귀만큼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2015시즌 배영수는 32경기서 101이닝을 소화했다. 비록 4승 11패 1홀드 평균자책 7.04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시즌 내내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결국 시즌 종료 후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올 시즌 1군 경기에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배영수는 최근 컨디션을 끌어올려 8월 2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결국 4일만인 8월6일 다시 엔트리서 말소됐다. 2군 등판 기록은 7월22일이 마지막이다. 배영수가 1군 등판을 치르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내부 판단이다.

 

배영수는 올 시즌 구위가 크게 떨어지면서 고생했다. 통산 커리어가 꾸준히 내림세에 있었던 배영수였지만 아예 공을 던지지 못하는 경우는 본인은 물론, 누구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심각한 수준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에도 끝내 복귀했던 배영수는 2010년부터 6년 연속 100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젠 선수생명 연장을 두고 힘겨운 도전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배영수 역시 지난 시즌 가혹한 등판 스케줄을 소화했던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 시절엔 거의 없었던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과 4일 휴식 후 등판이 일상적인 수준으로 자주 벌어졌다. 거기에 선발로 나선 이후 이틀 안에 다시 구원 등판한 경우도 두 차례나 됐다. 구원 등판한 이후 불과 사흘만에 다시 선발로 나선 경우도 있었다. 

 

결국 2015시즌 9월 이후 선발-구원-선발-구원의 오락가락 행보 끝에 시즌을 마쳤다. 배영수가 부진했고 한화 마운드 사정도 녹록치 않았던 것을 고려해도, 30대 중반의 베테랑 투수가 지나치게 가혹한 환경 변화를 시즌 내내 경험해야 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로까지 불렸던 김민우는 더 비극적이다. 김민우는 올 시즌 1군 5경기 등판을 끝으로 기록이 없다. 5월1일 삼성전(2.1이닝 4실점)이 마지막 등판이다. 취재 결과 현재 김민우는 투수에게 심각한 부상인 ‘어깨 관절와순 손상’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에서도 수술과 재활을 두고 찬반양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상황은 썩 좋지 않다.

 

관절와순은 어깨와 팔을 잇는 뼈 관절 주변을 감싼 연골조직으로, '관절와순 손상(SLAP:Superior labrum anterior posterior)'은 여러 부상 가운데서도 가장 예후가 좋지 않고 투수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상이다. 일본 병원에까지 찾아가 진단을 받았음에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우 역시 지난 시즌 가혹한 스케줄을 경험했다. 특히 몸 관리에 노하우가 있는 베테랑과 달리 아직은 신체 발달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어린 투수라는 점에서, 그 일정은 더 치명적일 수 있었다. 결국 불과 한 시즌 만에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부상에 내몰린 것이다.

 

이런 연이은 한화 투수들의 부상 잔혹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계획적이지 않고 비규칙적인 등판 일정, 그리고 단기간 피로도가 쌓일 수 있는 일정을 반복해서 소화했다는 것이다. 부상 징후가 있어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계속 마운드에 올랐다는 것이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닐 수 있다.

 

끝이 아닐 수 있다. (사진=한화)끝이 아닐 수 있다(사진=한화).

 

어쩌면 가장 무서운 점은 한화 잔혹사가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한화는 특정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권혁이 95.1이닝을 던졌고 송창식이 92.2이닝(선발 도합 96.1이닝)을 소화했다. 구원 이닝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마무리 정우람 마저 66.3이닝으로 전체 4위 이닝을 던졌는데 박정진도 59이닝을 소화했다. 거기에 심수창이 52.2이닝(도합 81.2이닝)을 구원으로 던졌고 장민재가 50.1이닝(도합 83이닝)을 책임졌다. 현재 추세대로면 권혁은 2015년 개인 최다 기록인 112이닝을 넘어설 페이스이고, 송창식도 2015년 109이닝을 넘어설 흐름이다. 

 

더욱 위험한 신호는 투구수다. 올 시즌 송창식(1673구, 구원 1위)과 권혁(1654구, 구원 2위)은 선발에 근접한 투구수를 기록 중이다. 리그 구원투수 가운데선 단연 가장 많은 기록이며 정규이닝을 소화한 선발투수들의 바로 아래 수준이다. 어지간한 4~5선발보다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기록에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투구수 부담은 투수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한화는 22일 현재 5위 KIA와 3.5경기 차 7위에 올라있다. 아직 가을야구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시점이다. 이 경우 비상식적인 운용은 더욱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지난 시즌과 막바지와 비교하면 최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직 파괴와 연투다. 박정진이 4연투, 심수창이 5연투를 한 것을 비롯해 총력전이 잦아졌다. 2년 연속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투수들은 물론, 새롭게 다양한 보직과 환경 속에 노출 된 투수들이 레이스가 끝난 이후 추가 부상자가 나올수도 있는 노릇이다.

 

사회에서 가장 무섭고 암울한 것은 진정한 리더의 부재다. 체계적인 분석과 많은 구성원의 노력 속에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사회 혹은 집단이 독단적인 리더의 아집 속에 잘못된 길을 간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남는다. 

 

이미 한화는 수많은 부상 잔혹사를 통해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최고의 가치로 여긴 성과마저 없다. 그런데 그 성과를 쥐어짜기 위해 위기에 몰린, 추가로 노출되고 있는 선수 생명은 누가 보호해 줄 수 있을까.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 없인 잔혹사는 되풀이 된다는 것을 우린 너무나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