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치 만화같은 야신 김성근 감독님의 일화(당근과 채직)

Doctrine_Dark 2015. 5. 12. 13:11





이상훈 “너만 예외로 인정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최향남의 SK 와이번스(이하 SK) 입단을 거절했다.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만큼 선수의 성격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그가 과거 LG 트윈스(이하 LG) 감독 시절 선수로 있던 이상훈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이상훈 역시 머리를 장발로 기르는 등 ‘자유로운 영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은 이상훈에게 머리를 자를 것을 요구했고, 당시 이상훈은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긴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김성근 감독은 의외로 “너만 예외로 인정할 수 없다. 너뿐만 아니라 어느 선수도 머리를 자르게 하지 않겠다”며 넘어갔다. “열심히 하겠다는데 머리만 기르게 해달라고 하니, 특별대우 하지 않으면서 인정하는 방법을 찾은 것”([일간스포츠])이었다는 것. 또한 그는 “(개성 있는 선수들은) 내 쪽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하니까. 선수의 개성도 살리고 팀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원칙을 중시하지만 선수를 다루는 데 있어 의외로 유연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그의 이런 신뢰 덕분이었는지 이상훈은 2002년 한국 시리즈에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친 몸을 이끌고 3경기 연속 등판했다. 그때 그가 김성근 감독에게 한 말은 “나갈 수 있겠냐고 묻지 마시고 나가라고 말씀해주십시오. 감독님, 저는 언제고 던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후 김성근 감독은 고양 원더스 감독 시절 투수코치로 이상훈을 영입했다. 그가 당시 그에게 한 첫마디는 “이상훈이 수염을 기르고 왔더라. 그래서 이게 뭐냐고 했다”였다. 그리고 이상훈은 바로 수염을 잘랐다.

임창용 “나랑 야구 하자”
1994년 임창용이 해태 타이거즈(이하 해태)로 지명을 받고 2주 후, 그는 “훈련이 강제된 것이 아니고 놀고 싶은 나이라 훈련을 빼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시 해태 2군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그를 불러 “야, 집에 가”라고 말했다. 야단 한 번 안 치고 곧바로 자신을 자른 것에 임창용은 다시 찾아가 용서를 빌었고, 김성근 감독은 “1년만 참고 나랑 야구 하자”고 말하며 훈련을 시켰다. “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 임창용에게 김성근 감독은 지옥을 눈앞에 보여줬다. 새벽부터 죽어라 뛰는 것으로 시작해 저녁까지 훈련은 계속됐고, 밤에는 지루할까 봐 배드민턴 라켓으로 섀도 피칭까지 시켰다. 게다가 임창용이 70kg도 되지 않았던 당시 삼겹살 3인분, 곱창전골, 밥 두 공기를 먹이며 체중이 충분히 늘도록 했다. 임창용은 당시를 회상하며 “힘들어서 말할 기운도 없었다. 2군에서 보낸 6개월이 10년처럼 길게 느껴졌다”([네이버스포츠])고 할 정도다. 선수의 정신부터 바짝 들게 하고, 스스로 지옥 훈련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당근과 채찍을 보여준 예. 이후 임창용은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 됐고, “어린 시절의 저를 강하게 키워주신 덕분입니다”([네이버스포츠])라며 김성근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광현 “선수생활이 망가지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나”
김성근 감독과 김광현의 관계는 단지 감독과 선수를 넘어 사제지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가까운 것으로 유명하다. 김성근 감독의 철저한 훈련으로 김광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한 명이 됐다. 이런 두 사람이다 보니 온갖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는데, 그중 가장 논란이 된 것 중 하나가 2011년 6월 23일 SK와 KIA 타이거즈(이하 KIA)에서 있었던 이른바 김광현의 ‘벌투’였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이 147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하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최다 실점 타이(8점), 최다 피안타(14개), 최다 피홈런(3개)을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직후 2군행을 통보했다. “좋은 공을 던지면서도 스스로 던지는 법을 모른다”([스포츠조선])는 이유였다. 야구의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벌투’에 그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당연한 일. 김성근 감독의 선수 보호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 번 일어났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 별개로 김성근 감독은 사실 김광현을 누구보다 보호한 감독이기도 하다. ‘벌투’가 있기 한 해 전인 2010년, 김광현은 193⅔이닝을 던지며 17승 7패 평균자책점 2.37, 183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직후 뇌경색으로 안면 마비 증세를 겪으며 2011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이때 김성근 감독은 “완치될 수도 있는데, 괜히 밖에 이 사실이 나갔다가 선수생활이 망가지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나”라고 생각해 그의 병명을 어떻게든 숨겼다. 이 과정에서 “김성근이 다음 해 성적을 위해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을 못 하게 한다”는 오해까지 받아가며 선수를 보호한 것이다. 벌을 줘도 내가 주고, 내 선수는 끝까지 보호하는 감독. 감독을 선수의 아버지라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김광현의 결혼식에는 김성근 감독이 주례를 섰다.

송은범 “‘모티브’가 중요한 선수”
송은범은 SK 시절 자신을 길러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방황했다. ‘풍류 은범’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놀기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했기에 마음을 다잡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그에 대해 “착한 아이고 효자다. 그래서 ‘모티브’가 중요한 선수”라며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했다. 송은범에 따르면 “2006년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훈련 때, 감독님이 1,000개가 넘는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라고 하더라. 겨우 올라갔는데 감독님이 미리 글을 써놓았다. ‘지치고 힘들지만 견디고 노력하면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그때부터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스포츠경향])는 것. 이쯤 되면 열혈 야구만화의 스토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송은범은 김성근이 말릴 정도로 300~400개씩 공을 던지며 연습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두 사람은 다시 한화의 감독과 선수로 만났고, 김성근 감독은 SK 시절과 달리 부진에 빠진 송은범에 대해 “모두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하며 그를 2군으로 내려보내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선수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가차 없이 채찍을 꺼내 드는 김성근 감독의 면모가 보이는 부분.

정근우 “꼴찌가 어디서 노느냐”
“나는 행복합니다.” KBS [뉴스9]에는 훈련장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정근우의 모습이 방영됐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에게 지옥 훈련을 받던 그는 이후 자유계약 선수가 돼 거액의 연봉을 받고 한화로 옮겼지만, 1년 후 김성근 감독이 한화로 오며 다시 만났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이 “중이 절이 싫어 떠나니 절이 따라왔다”며 정근우를 놀렸을 정도.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정근우에게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게 하고, 겨울 훈련 동안 수많은 펑고를 받게 하며 다시 지옥훈련을 시켰다. 마치 훈련 조교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이후 인터뷰에서 정근우 선수는 SK와 비교했을 때보다 훈련량이 더 많다며 “이전에는 휴식일에 야간 연습이 없었다. 만약 9시에 문을 닫지 않고 24시간 쓸 수 있다면 12시까지 타격훈련을 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휴일은 안 주려고 한다. 꼴찌가 어디서 노느냐”([한수진의 SBS 전망대])는 김성근 감독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 그리고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최근 정근우가 시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김성근 감독은 관객들이 미처 빠져나가기 전부터 정근우에게 펑고를 쳤다. 정근우에게는 낯설지 않아 더욱 슬픈 상황. 그러나 정근우는 “슬럼프 이후에 다시 감독님을 만나게 되니 내 입장에서 운명이구나 싶다. 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고, 그의 아들은 마무리 캠프에서 김성근 감독의 펑고를 받고 만신창이가 된 그의 사진을 보며 “우리 아빠 진짜 멋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정말 행복할 것이다.

권혁 “흥분했냐?”
“힘드냐는 질문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나는 행복하다.” 최근 한화 경기에서 잦은 등판으로 혹사 논란의 대상이 된 권혁의 말이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이하 삼성)에서 자신이 공을 던질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FA가 된 후 한화로 왔다. 그러나 삼성과 달리 한화는 투수층이 얇고, 이 때문에 권혁은 마치 출석 체크하듯 끊임없이 등판해 공을 던진다. 그리고 등판한 대부분의 경기를 멋지게 막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선수들에게 엄격한 김성근 감독이라 해도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나 보다. 김성근 감독은 권혁이 위기에 몰리자 “흥분했냐? 2점 줘도 되니까 편하게 던져라”([스포츠조선])라며 그의 볼을 만졌다. 김성근 감독이 경기 중 마운드에서 선수에게 이런 식의 애정 표현을 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래서 이 일 자체가 화제가 된 것은 물론, 당시 권혁은 활짝 웃으며 시합을 승리로 이끌었다. 고생하는 선수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행동이겠지만, 이것 역시 선수에게 승리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최고의 전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 무엇이든 한다. 그리고 대부분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 이쯤 되면 정말 ‘사람을 낚는 감독’이라 할 만한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