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평생 자신의 뇌가 지닌 용량의 10%를 전후한 정도만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10%만이라도 제대로 잘 사용하는 사람은 천재 소리를 듣는 뛰어난 두뇌 활동 능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만일 어떤 약물에 의해서 자기 뇌의 100%의 기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내용의 영화다.(뤽 베송 감독,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루시'보다 가벼우면서도 조금 더 논리적인 전개가 맘에 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눈에 봐도 초췌한 몰골이 마치 노숙자 같은 에디 모라(브래들리 쿠퍼, Bradley Cooper)는 소설책을 내보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막상 소설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봐야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며 게으름에 빠진 채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한심한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방세가 밀려서 집주인을 피해 다니며 급급한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쁘고, 급기야 그런 에디의 모습에 넌덜머리가 난 여자친구 린디(애비 코니쉬, Abbie Cornish)는 에디에게 관계를 정리하고 헤어질 것을 통보하기에 다다른다.
실의에 빠져 기운 없는 모습으로 집을 향해 가던 길에서, 오래전에 헤어진 전 부인의 동생 버넌(조니 휘트워스, Johnny Whitworth)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근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던 중에 버넌이 에디에게 이상야릇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버넌은 자신이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임상시험도 다 거치고 곧 시판을 앞둔 'NZT-48'이라는 약이 있다고 말하며, 그 효능을 얘기하는데 차마 믿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는 약이고, 한 알에 800달러에 이르는 고가의 제품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버넌이 말한 그 약의 효과라는 것은 인간의 뇌 기능을 100% 활성화해서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에디는 버넌이 전에 마약 딜러를 했던 것을 상기하며 또 다른 종류의 마약이겠거니 하며 믿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신의 앞에 명함과 함께 툭 던져 놓은 약을 보면서 약간의 호기심이 생겨서 그 약과 명함을 챙겨서 집으로 간다.
그리고 반신반의하며 그 약을 삼킨 에디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때부터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NZT-48'이 에디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일들을 담아낸다.
그 약을 먹은 에디는 한마디로 세상에 둘도 없는 초특급 천재로 변모한다.
단 하루 만에 막힘없이 소설 한 권 분량의 글을 써내고, 배운 적도 없는 외국어도 하루면 완벽히 익히며, 악기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고, 밥을 먹지 않아도 체력이 한껏 솟아나는 등 그야말로 수퍼맨이 따로 없는 그런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가 평생 살면서 알게 모르게 그의 눈과 귀를 통해 스치듯이 뇌에 기록된 모든 것들이 마치 컴퓨터에 저장된 상태가 되어 원하는 대로 그 정보를 쓸 수 있게 되고, 어떤 상황에 대한 분석력과 대처능력을 포함해 정신적 창의력과 신체적 능력까지 겸비하게 된다.
그렇게 흥미로운 소재로 만든 이 영화에는 누구라도 한 번쯤 망상처럼 꿈꿔볼 만한 초능력자가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흡사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을 때 인간은 어떤 일들을 벌여서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하고자 하는지를 볼 수 있다.
만일 저런 엄청난 효능의 신비로운 약이 실제로 존재하고, 우연히 나에게 그 약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그 약의 효과를 사용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농담 같은 물음이 영화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재의 흥미성과 주인공이 겪게 되는 난관이 결합하면서 재미있게 보게 되지만, 과정상에 노출되는 각본상의 자잘한 부실함과 흐름에서 매끄럽지 못한 점으로 말미암아 구성상의 헐거움이 느껴지고, 결말에 이르는 장면에서 생각하게 되는 주제에 대한 의문과 동의할 수 없음(물론, 그것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에 국한된다고 하더라도)에 다소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이 영화 자체가 어떤 교훈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철저한 오락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그런 실망이 그리 심각하고 대단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도 뒷맛이 영 개운치 못한 것이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결말에 관한 판단은 영화를 본 관객이 각자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면, 이 영화는 그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 열린 결말일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얻게 된 몇 가지 물음표를 말해보자면, 우선 도대체 그 약은 어떤 이가 혹은 어떤 기관이나 제약회사가 만들었는지 전혀 언급되지 않고, 9년 만에 에디 앞에 나타난 버넌은 왜 그 약을 에디에게 주었는지도 쉽게 유추할 수 없으며, 에디는 돈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왜 사채업자에게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서 위험에 빠지게 되었는가? 등의 문제들이다.
그 외에도 이러저러한 몇 가지의 에피소드들은 앞뒤가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있어서 전체적인 구조에 힘을 빠지게 하는 면이 있다.
어쨌거나 주인공인 에디가 변화되기 전과 변화된 후의 모습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태하고 게으른 자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 결국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점검과 정리를 체화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디는 약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쓰레기처리장 같은 자기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는 능력쯤은 있었고,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소설가로서 글을 쓰기 위해서 책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릴 수 있을만한 능력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런 정도의 능력이 있어도 '노력'으로 실천하려는 '의지'로 자신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각으로만 책을 출간하고 싶어하고, 말로만 글을 열심히 쓰겠다고 해봐야,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소용없는 게 아닌가! 노력하지 않는 의지박약의 사람에게 제아무리 '무한한' 능력이 쥐여줘 봐야 그 끝은 뻔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약을 먹는다고 의지와 노력의 정도가 다른 사람이 과연 똑같은 능력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에디에게 'NZT-48'은 없던 능력을 준 게 아니라, 있는 능력을 발휘하게 해 준 촉매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런 마법의 약이 없다고 해서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며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 만일 나에게 'NZT-48'을 딱 한 번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뭘 할까?
그런 생각을 영화를 본 후에 여러 번 자꾸 해보게 된다.
이런! 이 영화의 부작용은 바로 이거구먼!!
**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의 출연을 보면서, 이 배우는 참 여러 종류의 영화에 많이도 나오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일흔 살을 앞둔 나이에 주·조연을 합해서 대략 100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의 작품목록을 보면, 살짝 두서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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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일루셔니스트>를 만들었던 닐 버거의 감독작으로, 흥미로운 설정이 눈길을 끄는 영화다. 주인공은 <행오버> 이후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파란눈의 멋진 사나이 '브래들리 쿠퍼' 주연으로, 미국에선 2천만달러 안되는 성적으로 데뷔하여 8천만달러에 가까운 성적을 남긴 흥행작이다. 슬리퍼히트를 쳤다는 건 꾸준히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았다는 건데, 그만큼 재미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싶다.
이 영화의 제목인 <리미트리스 Limitless>는 말 그대로 '무한대의 가능성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비록 그것이 어떤 약에 의해서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적 설정이 흥미롭고 신선하고 재미있었던건 살짝 말만 바꿔 '인간의 뇌를 100% 쓰게한다는 설정'때문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뇌의 2%밖에 쓰지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영화는 100% Full로 썼을 때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활기차게 '성공의 길'로 뻗어나갈 수 있음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물론 약의 도움을 받긴했지만, 다 내 안에 숨어있던 기억과 능력으로 인해 뻗어나가는 거라는 것이다. 설정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흥미로움, 그리고 감각적인 영상과 편집도 좋은 편이다.
파란눈의 매력적인 쿨가이
'브래들리 쿠퍼'
이 '브래들리 쿠퍼'라는 배우를 제대로 처음 보았던 건 미드 '키친 컨피덴셜'이라는 작품에서였다. 비록 그 미드는 일찍 종영됐지만, 이 배우를 건질 수 있었고, 그 외에도 뜨기 전에 여러 영화에서 주인공의 멋진 친구로 종종 등장하면서 눈에 띄었었다. 그러다가, 대박 뜬게 바로 <행오버>였는데 그 이후부터는 영화판에서 주가 승승장구 중이다.
이번 <리미트리스>가 단독주연작으로써도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굳히게 되었는데, 매력적인 파란 눈색깔과 함께 훤칠한 페이스와 함께 멋진 외모까지 갖춘 그가 다양한 연기변신이 가능한 배우로써 모습을 점점 보여줌에 따라 그의 미래는 '리미트리스'의 에디처럼 밝게 뻗어나갈 것 같다.
영화 <리미트리스>는 이 신비로운 알약을 통해서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쓰면 어디까지 얼마나 성공의 길로 뻗어나갈 수 있음을 흥미로운 오락영화로써 제대로 보여주었다. 약을 먹었을 때와 안 먹었을 때의 모습이, 총천연색 컬러와 어두운 색의 톤으로 대비되면서 그려지는 영상이나 감각적으로 뻗어나가는 환각적인 모습 등 영상적으로 닐 버거 감독의 솜씨가 돋보였다.
결국 약에 의지한 이야기 전개의 끝이 사실 좋게 끝나지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영화의 결말은 잘 마무리된 셈이다. 영화 <리미트리스>는 배우때문에도 그렇고, 가볍게 보면서 초인적인 능력을 전개해나간다는 흥미로운 설정때문에 간만에 빠져들면서 본 오락영화였다. 보고나신 분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반응을 보이신다는데, 이 약 하나 있으면 좋겠다?
브래들리 쿠퍼를 좋아하시고, 이런 오락영화물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보시길 추천해드린다. 오락성 하나는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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