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특타 자화자찬'하는 감독... 한화의 미래는 암울하다

Doctrine_Dark 2016. 10. 4. 12:08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어제 특타가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순위에 상관없이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

귀를 의심할만한 소감이다. 프로야구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전부는 아니지만,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한 말이라는 점에서 뜨악한 느낌이 강하다.

한화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서 13-5로 승리했다. 이날 한화의 경기력은 전날(2일)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정규 시즌 우승팀인 두산을 상대로 시즌 9번째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간판타자 김태균은 4타수 4안타(1홈런) 4타점 1볼넷으로 사상 첫 300출루 고지를 넘어 304출루를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파비오 카스티요는 6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 호투로 시즌 7승을 달성했다.

3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한화 팬들이 김성근 감독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물론 상대 두산이 컨디션 조절과 휴식차원에서 주축 선수들을 대거 뺐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떨어진 경기였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중요하다. 9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에 신경 쓰기보다는 내년 시즌을 향해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한화의 미래는 암울하다. 감독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부터 또 다시 자신의 과거 발언에 모순적인 말들을 꺼냈다. 앞서 김 감독은 결과에 충실한 야구를 했다. 성적을 내기 위해 내일이 없는 야구, 혹사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날은 태연스럽게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부상 선수가 많았고, 또 그 중 절반이 투수였다. 올해도 개막 전에 전부 부상에 시달렸다. 외국인 선수들도 부상이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10승만 보탰어도 포스트시즌에 갔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서 감독의 책임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경기 후 특타 얘기도 그렇다. 2일 대전에서 열린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1-4로 패하면서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이후 늘상 그랬던 것처럼 한화 타자들은 경기 후 특별 타격훈련을 했다. 3일 두산전 승리를 한 뒤에도 특타효과가 있었다고 자화자찬이다.

한화의 문제는 훈련 부족이나 기본기 부족이 아니다. 선수들은 지쳐있다. 투수들의 보직 구분은 한화에서 의미가 없다. 선발투수는 그냥 처음 나오는 투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 점수 차일 때나, 지고 있을 때나 송창식과 권혁은 등판했다. 둘은 이미 8월말에 부상으로 나가떨어졌다. 지난해도 100이닝을 넘게 던졌지만, 올해도 100이닝을 육박했다. 타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는 날이면 특타에 특별수비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한여름 더운 날씨도 고려하지 않았다. 원정을 가서도 뙤약볕 아래에 선수들은 치고 굴렀다.

이런 운영이 달라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 감독 체제에서는 내년에도 이런 식의 야구가 나올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실패한 야구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팀 성적도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도 감독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특타의 효과가 있었다고 자화자찬이다. 장밋빛으로도 모자란 판에 한화의 미래가 암울한 이유인 것이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