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팩트체크] 송창식 수술, 또 반복된 '괜찮다'는 거짓말

Doctrine_Dark 2016. 10. 4. 12:25





송창식이 오른쪽 팔꿈치 관절경 수술을 받는다. 이처럼 올 시즌 한화 선수들은 (사진=알렉스 김 작가)

 

[엠스플뉴스]

 

결국 송창식(한화)마저 수술대에 오른다. 부위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이다. 결과적으로, ‘괜찮다’는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과 한화 구단의 발표는 이번에도 사실이 아닌 셈이 됐다. 

 

이처럼 올 시즌 한화 선수단의 부상 소식은 이해할 수 없는 ‘비밀주의’ 속에 은폐, 축소되기 일쑤였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부상 소식이 구단을 통해 알려지는 과정에서 일관적으로 꾸준히 나타나는 양상들이다. 

 

일단 부상 사실 부터 한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유독 엔트리서 말소되지 않은 채 장기간 경기에 나오지 않는 선수들이 많았고, 매우 이례적으로 부상 선수들의 상태가 수개월 동안 알려지지 않는 경우들도 잦았다.

 

그러다 어느덧 자취를 감춘 그들의 소식에 대해 대중의 궁금증이 커질 때면, 뒤늦게 근황이 알려진다. “정확한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에 검진 차 이동했다”는 김성근 한화 감독 혹은 구단의 발표다. 이어 “괜찮다.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경미하다”는 희망적인 발표가 뒤따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괜찮다’거나 ‘부상이 경미해 회복 중이다’라고 밝힌 선수는 좀처럼 복귀하지 못했다. 에스밀 로저스, 안영명, 김민우, 권혁, 송창식은 모두 같은 과정을 거쳐 시즌 아웃됐다. 김 감독 혹은 구단의 발표나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벌어졌다.

 

엠스플뉴스가 이들의 부상 소식을 다각도로 취재했을 당시부터 김 감독과 구단의 발표와는 다른 내용들이 있었다. 이미 검진 초기부터 부상정도가 심상치 않다는 증언이나 징후들이었다. 일례로 선수 스스로 ‘조기 복귀 또는 올 시즌 복귀가 힘들 것 같다’고 했지만 구단과 김 감독은 ‘시즌 아웃 가능성’을 일축하며 희망적인 전망을 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론 장기간 이탈하거나, 결국 수술 혹은 시즌 아웃이라는 비슷한 상황으로 연결됐다. 

 

이미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로저스(웨이버 공시), 안영명에 이어 권혁과 송창식이 시즌 아웃됐다. 엠스플뉴스의 추가 취재 결과 송창식까지 최근 극비리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이 확인됐다.

 

한화는 “송창식이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10월 11일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는다”고 밝혔다. 

 

송창식은 지난 8월29일부터 일본 요코하마로 출국해 이지마 치료원에서 재활훈련을 받았다. 재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 때 알려졌지만 결국 수술을 받는다.

 

한화는 “재활과정에서 통증이 완화돼 캐치볼 등 훈련을 병행했지만 완벽한 회복을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근본적 재발방지를 위해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은폐-> “괜찮다” -> ‘시즌 아웃’

 

수개월 동안 몸 상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에스밀 로저스는 복귀 직후 100% 몸 상태를 자신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결국 셀프 수술 발표라는 희대의 헤프닝 속에 웨이버 공시 됐다. (사진=한화)

 

부상 선수 발생 이후 각 구단들은 대개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경기 중일 경우 거의 대부분 부상 과정과 진료 계획을 먼저 공개하고, 경기 중에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도 대부분 사실공개가 먼저 이뤄진다. 이어 검진 직후 부상 정도나 수술 여부에 대해 정확한 전문의의 소견을 감독 혹은 구단 관계자가 밝힌다. 

 

이 과정은 불과 부상 며칠내에 이뤄진다. 이어 해당 선수의 부상이 심할 경우 엔트리서 말소되고 회복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도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해 선수의 몸 상태나 재활, 회복 과정이 상세하게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화만큼은 다르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왜’ 부상을 당했는지부터, 어떻게 회복되고 있고, 언제 복귀할 지 그 모든 과정이 전부 비밀인 경우가 대다수다.

 

대신 ‘일본 검진’ 이후 일본 혹은 서산구장에서 비공개로 회복과정이 진행된다. 그러면서 또 유독 한화 선수들의 부상에 공식발표는 모호한 단어들로 이뤄져 있다. ‘정확한 진단’ 공지가 빠져 있어 언제나 알맹이가 없는 발표다. 전문의와 코칭스태프, 감독 등을 통해 회복 예상기간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화는 그 ‘기간’에 대한 예측이나 부상 예후에 대한 정확성이 늘 떨어졌거나 아예 생략됐다.

 

대신 대외적으론 “그리 큰 부상은 아닐 것”이라는 (어떤 근거에서 나온지 모를) 희망적인 예측이 퍼졌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를 엔트리에 계속 남겨 두는 것도 한화만의 특징이다. 심지어 부상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도 뛸 수 없는 선수가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 한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는 한화라면 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다 그 선수들은 얼마 후 조용히 1군 엔트리서 말소되고, 몇 주 혹은 몇 달 뒤 ‘시즌 아웃’됐다는 발표가 이어지는 식이다. 올 시즌 대부분의 부상 선수들이 판에 박힌 듯,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부상 초기 희망적 징후와는 다른 결과들. 5강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9월22일이 되자, 김 감독은 “이용규, 권혁, 송창식의 시즌을 마감한다”고 알렸다. 

 

이처럼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15년부터 한화의 부상 소식은 ‘제 때’에 ‘정확하게’ 알려진 적이 많지 않다. 대신 김 감독은 언론 등을 통해 한화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알려지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철저한 정보 통제 속에 가장 기본적인 선수 부상 소식조차도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괴물투수’로 불렸던 에스밀 로저스도 그랬다.

 

2015년 8월1일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한화에 입단한 로저스는 10경기서 완투 4회, 완봉 3회 등의 괴물같은 투구를 펼치며 한화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 팔꿈치 통증으로 스프링캠프에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로저스의 몸 상태에 대해서 김 감독은 ‘비밀주의’를 지켰다.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거나 “언제 등판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구단도 정확한 발표를 하지 않았다. 

 

기약 없이 훌쩍 4월을 넘겼다. 그러다 로저스는 5월 8일 수원 kt전서 뒤늦은 1군 복귀전을 치렀고 이후 5경기에 더 선발로 나서 2승3패 평균자책 4.30의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기다림은 길었으나 예전의 ‘괴물’은 아니었다. 150km를 쉽게 넘겼던 평균 구속이 뚝 떨어졌고 변화구 위주의 투구로 일관하면서, 여러 이들의 의문을 샀다. 이때부터 “로저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들이 안팎에서 흘러나왔지만 구단은 이를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로저스는 결국 6월 4일 삼성전서 2.1이닝 만에 조기 강판 되면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무기한 재활에 들어갔다. 이후 로저스는 6월24일 자신의 SNS에 ‘셀프 수술 발표’라는 역대급 헤프닝을 벌였다. 결국 한화는 로저스를 웨이버 공시하며 짧은 만남을 끝냈다.

 

로저스의 부상은 원인과 시기, 회복과정이나 상태 등, 온통 모든 것이 비밀이었다. 로저스 스스로 복귀 초기 “100%의 몸 상태”라고 밝혔다가 이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100%는 아니다”라며 말을 뒤집기도 했다. 이어 본인 스스로 ‘수술을 한다’는 소식을 알리기 전까지 로저스의 몸 상태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로저스 미스테리’에 대해 야구계에선 ‘왜’를 짐작하지 못했다. 

 

다만 한화가 로저스의 몸 상태에 대해서 짐작한 것이 이미 시즌 시작 훨씬 전이라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다. 로저스 재계약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실에 애써 눈을 감았다는 것이 그 주장들이었다. 취재 결과 이 내용 또한 사실이었다.

 

로저스, 안영명, 권혁, 송창식...그리고 또?

 

안영명도 캠프때부터 수개월 간 몸 상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부상 복귀 이후 얼마 안 가 1군에서 말소되는 절차를 밟았다. (사진=한화)

 

안영명의 경우도 비슷했다. 캠프 때부터 안영명은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4월30일 뒤늦은 2016시즌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5월 5일 SK전 등판을 끝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안영명은 5월 6일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당시에도 평균 구속이 뚝 떨어진 안영명을 두고 ‘섣부른 복귀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추측이 많았지만 한화는 “일단 재활군에 내려가서 당분간 몸 상태를 지켜볼 계획”이라는 짧은 발표 외엔 안영명의 몸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안영명은 이후 한동안 공을 던지지 못하다가 6월21일 2군 실전 경기를 치렀고 이후 4경기를 더 던졌다. 하지만 다시 통증이 재발하면서 7월2일 퓨처스 롯데전 등판을 끝으로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결국 7월 21일 안영명은 시즌 아웃이 됐다. 

 

한화는 “7월 19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오른쪽 어깨의 웃자란 뼈를 깎아내고 관련 부위를 함께 정리하는 관절경 시술을 동시에 받았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큰 수술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김 감독은 “시즌 복귀는 끝났다. 내년에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알렸다. 안영명은 여전히 재활에 매진 중이다. 아직 안영명이 공을 잡았다는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경미한 팔꿈치 건염’이라고 알려졌던 권혁의 부상 정도도 실제론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소식이다. 권혁은 지난 8월 24일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올 시즌 66경기에 출전해 6승 2패 평균자책 3.87을 기록했다. 권혁이 공을 던지지 못한지 벌써 약 40일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그가 소화한 95.1이닝이 리그 구원투수 최다 기록이다.

 

권혁의 부상 당시 한화는 “경미한 증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선수단 내부에선 ‘권혁이 시즌 아웃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빠르게 퍼졌다. 권혁 스스로 복귀를 비관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권혁은 선수 몇 명에게 “나는 힘들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권혁의 정확한 몸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권혁의 재활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 대신 ‘시즌 아웃’ 결정이 김 감독을 통해 나왔다. 

 

기약없는 김민우, 수술대 오른 송창식

 

당초 일부 희망적인 소식이 들렸던 것과 달리 김민우는 어깨 관절와순 부상을 엠스플뉴스가 보도한 이후 재활과 재활 중단을 반복 하고 있다. (사진=한화)

 

한화의 끊이지 않는 부상 잔혹사가 실제론 더 심각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부상 선수들의 상태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앞서 엠스플뉴스는 8월 22일, 5월1일 이후 약 3개월 이상 자취를 감춘 김민우의 어깨 관절와순 부상 소식을 전했다. 관절와순은 어깨와 팔을 잇는 뼈 관절 주변을 감싼 연골조직이다. '관절와순 손상(SLAP:Superior labrum anterior posterior)'은 여러 부상 가운데서도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부상으로 꼽힌다. 김민우의 회복은 아직도 기약이 없는 상태다. 

 

사건이 처음 보도된 당시에도 한화 내부에서 김민우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수술과 재활 여부를 놓고 현장과 구단 사이의 의견 차도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민우는 재활과 재활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엠스플뉴스의 보도 직후 김 감독은 “한 해에도 부상을 당하는 투수들이 많다”며 “도대체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모두가 팀이 필요할 때 선수를 기용하고 있지 않나”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민우의 몸 상태에 대해 알리는 대신 ‘선수들의 몸 관리’를 지적하며 책임을 비켜갔다. 

 

김민우가 1군 엔트리서 말소된 이후 약 11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한화 1군 선수단 내부에서도 심지어 2군 코칭스태프마저 그의 정확한 부상정도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김 감독이 김민우의 부상 내용을 극비로 다룰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송창식도 초기에 구단을 통해 알려졌던 ‘긍정적인 소식’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8월 24일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송창식은 엠스플뉴스의 취재 결과 8월29일 일본에서 검진을 받았다.

 

김 감독은 하루 뒤인 8월 30일 “아프다고 하길래 바로 일본으로 보내 진찰을 받게 했다. 어제보다는 상태가 낫다고 한다”며 “감기 몸살로 며칠 쉬었다. 본인은 그 영향이 있다고 한다. 커브를 던질 때 팔을 확 꺾어 던져 순간적으로 통증이 온 것 같다”며 부상이 경미하다고 주장하며, 다시 선수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 때 한화는 “우측 팔꿈치 뼛조각에 의한 염증으로 통증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9월 4일엔 “송창식이 캐치볼을 진행했고 (팔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이야기와 달리 송창식은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팔꿈치 뼛조각 수술이기에 최소 2~3개월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한화 부상 발표의 육하원칙의 사실관계가 자주 생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의 지시와 방침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왜일까? 선수들의 정확한 부상 정도나 사유 등이 알려지면 누군가가 비난을 받기 때문은 아닐까. 아마 한 사람은 분명하게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