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찌라시 : 위험한 소문 (2013)

Doctrine_Dark 2015. 6. 25. 19:02








찌라시 : 위험한 소문 (2014)

7.7
감독
김광식
출연
김강우, 정진영, 고창석, 박성웅, 박원상
정보
| 한국 | 121 분 |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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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졸작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는 정도였다.

 

나는 이 영화가 캐스팅을 등에 업고 질주할 삼류 영화로만 생각하고 보았으나..

급전개라던가, 중간중간 흐름을 끊는 씬(꿈꾸는 씬이라거나. 다시 생각해도 솔직히 오글거린다.)들이라거나. 영화가 졸작은 벗어났지만 수작으로 만들어지진 못하는 요인들이 군데군데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두루뭉술한 감상평은 제쳐두고,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보자면..이 영화를 짧게 정의해보자면 '폭발'과 '긴장'이다.

영화는 120분 내내 이것들만을 보고 달려가는 느낌이다.

 



 

첫 번째 키워드 '긴장'.

 

비록 영화의 짜임이 허술해질지언정 끝까지 '긴장' 한 우물만 파는 감독의 뚝심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 어떤 도시, 어떤 나라를 가든 거짓말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긴장과 거짓말은 탁월한 시너지를 낸다. 혹시나 들키는 게 아닐까. 부터 시작해 이 거짓말이 들통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 로 도달하기까지, 거짓말은 긴장을 조성하는데 가장 뛰어난 소재다. 이러한 관점에서 감독이 거짓말을 소재로 택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정석적이지만, 뛰어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을 조성하는데 성공한다고 해서 모두 영화의 장점이 되는 건 아니다.

 

일단 긴장의 영역에서 본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예측할 수 있는 긴장 포인트와 너무 잦은 긴장감 조성이라는 것.

 

영화 내내 감시와 도청, 잠입과 미행. 납치와 폭행. 그리고 다시 반복한다. 물론 소재의 특성상 빈번하게 등장할 수 있는 장면들이긴 하지만, 반복되고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는 게 함정. 후반부로 가면 긴장감 있는 씬에서도 관객들이 웃음을 짓게 되더라.

 

결국 남는건 김강우의 손가락이 준 긴장감밖에 없었다.

 



 

두 번째 키워드, '폭발'.

 

김강우는 러닝타임 내내 폭발한다. 아주 그냥 소리를 못 질러서 안달 난 사람마냥 터지고 또 터진다. 그리고 얻어터진다. 이렇게나 폭발하는데, 정작 남는 이들은 정진영, 고창석, 박성웅이다.

 

하물며 안성기나 장광의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 내공들이 김강우의 폭발보다도 강하다.

 

연기 내공이나 이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배우들이 나름의 열연을 펼쳤다.

이것은 아마도 김강우가 영화 내내, 시종일관 폭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의 캐릭터에서 '아, 이 영화는 수작은 못 되겠구나' 싶더라.

얻어맞고, 때리고. 죽어라 추격하고 죽어라 도망간다. 나머지 장면은 울고, 소리지른다. 나중엔 소리 지르지 않고 침착한 장면이 나오면 이상하더라.

 




거짓말을 다룬 영화는 꽤 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한다면 더 헌트(2012)년 영화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작은 마을에 이혼 후 귀향한 한 남자가 거짓말로 인해 무너지는 영화다. 피가 거꾸로 솟는 좋은 영화이니 강력히 추천한다. 각설하고,

 

차라리 언급한 영화 속 작은 마을에서 퍼진 '거짓말'이 찌라시로 시작해 정치 인사 개입까지 커지는 스케일의 '거짓말'보다도 더 악독하고 슬프다. 이것은 순전히 영화의 연출에서 드러나는 차이인데,

거짓말에 울부짖고 눈물을 흘리는 연출보다, 대항할 수 없이 거대해진 거짓말에 짓눌려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그 연출이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사람 감정의 정점이 '폭발'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넘어선 묵직한 여운의 감정. 터뜨리지도 못하고 끝끝내 목구멍으로 넘기는, 그 감정.

 

두 영화의 장르는 다르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소재를 이용함에 있어 이러한 연출의 차이는 제법 크다고 생각된다.

 

김강우가 시종일관 폭발하는 남자가 아니었다면, 폭발하고도 다음 씬에서는 고창석과, 정진영과 개그 씬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 더 지독하게 거짓말을 추적하거나 더 지독한 거짓말에 짓눌리는 모습을 연출했다면. 카메라가 억울함에 짓눌려 말도 못하는 주인공을 지독하게 쫓아가 끝끝내 클로즈업으로 그것을 짜낸다면. 

이 영화에서 '찌라시'가 가지는 의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킬링타임 영화에서 의미나 교훈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고 본 영화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 영화가 찌라시라는 세계를 고발해서 시사적 이슈를 등에 업고자 하는 것 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낭비가 아깝다는 것 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잉된 두 감정이 충돌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 소모, 아니. 낭비가 과하다. 그래도 어중간하게 잡으려는 것 보다는 긴장감과 폭발하는 감정을 충실하게 연출한 것도 나름의 뚝심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영화 티켓 값이 아까운 영화는 아니다. 분명히 즐거움은 줄 만한 영화다. 근래의 한국 영화중 잘 뽑아낸 편에 속한다고 봐도 된다. 이것은 확실하다. 그 정도에 멈췄다는 것이 아쉬운 정도일 뿐.

 

차라리 힘을 뺐다면 더 호평을 받을 만도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