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신(The Treacherous, 2015)

Doctrine_Dark 2015. 6. 25. 22:19









간신 (2015)

The Treacherous 
7.3
감독
민규동
출연
주지훈, 김강우, 천호진, 임지연, 이유영
정보
시대극, 드라마 | 한국 | 131 분 | 2015-05-21
글쓴이 평점  









육아로 인해 아내와 영화관 나들이를 꽤 오랫동안 하지 못한 덖에.. 근래에 IPTV로 '찌라시'에 이어 '간신'을 보게 되었다.

김강우 주연의 영화 두편을 이렇게 블로그에서 언급하게 되는 것도 우연이 아닌 필연인 것인가?ㅎ


어릴적 '조선왕조 500년'이란 드라마를 기다렸을 정도로.. '장녹수', '한명회'란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을 정도로 '연산군'이란 왕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인수대비'라는 드라마도 앞부분은 안 보다가 연산이 등장하는 회부터 보기 시작했을 정도로..

 

그렇게 나는 오로지 '연산군'의 이야기라는 이유로 이 영화를 기다렸다. 

  

민규동 감독의 전작들을 나는 참 괜찮게 봤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된 경향도 있다.

언론 시사회 이후, 극과 극으로 나뉘는 평들도 찬찬히 살펴봤지만 나의 기대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면 배우들이었다.

 

무난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주지훈, 김강우.

특히나 김강우란 배우의 영화는 '믿고 거른다'는 말이 있듯이,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가장 꺼린 배우 임지연. 전작의 평이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이 있었다.

 

그래도 '연산의 이야기'가 아닌가..

 

영화의 시작은 '연산의 이야기' 답게 핏빛 적삼이 등장한다. 간신의 대명사 임씨 부자가 폐비윤씨의 어머니에게서 윤씨가 죽을 때 토해낸 피가 묻은 적삼을 받아 연산에게 건네줬다는 것. 그리고 불어닥친 궁내의 피바람, 갑자사화의 이야기가 과한 잔인함으로 세련된 영상미로 꾸며진다.

 

생각보다 과한 잔인함에 놀라웠다. 사람이 때려맞는 장면이 슬로우로 펼쳐지면서 그 표정을 관객들이 다 볼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영화의 중심을 뚫고 지나가는 판소리. 이것이 참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의 잔인함을 중화시키며 이야기에 몰입도를 높인다. 판소리의 발음이 어찌나 귀에 쏙쏙 박히는지, 연출이 훨씬 풍성하게 느껴진다.

 

두 간신이 갑자사화의 중심에서 유유히 말을 끌고 나오는 장면은 오프닝으로 손색이 없었다.

 






오프닝부터 이렇게 과하다니, 이 영화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그런데 이 영화는 끝까지 모든 면이 과했다.

 

 



 

 

왕의 곁에서 무조건 순종하며 간신이 된 아버지 옆에서 그보다 위로 올라서려는 더 큰 간신, 임숭재. 그는 이미 미쳐가는 왕을 자신의 손에 쥐락펴락하기 위해 '여색의 끝판왕'을 찾고자 한다. 그렇게 전국의 관비들을 찾아보는데, 그 중 단연 일순위로 꼽히는 설중매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남자를 상대함에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로, 남자 중의 최고인 왕을 곁에서 모시고 싶은 욕망이 있는 여자다. 이 또한 여자로서의 최고 권력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그녀는 임숭재의 눈에 들지 못하고 만다.

 

 



 

 

연산의 곁에는 엄마의 품을 대신하는 장녹수가 있다. 광기 어린 연산을 품어주는 그녀는 누가 뭐래도 최고 권력자이다. 하지만 임씨 부자의 위세가 점점 커지자, 그 기를 꺾고자 한다.

이것은 임씨 부자도 마찬가지. 장녹수가 가진 권세마저 자신들의 쪽으로 가지고 오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장녹수를 뛰어넘을 싱그러운 '여자'.




 

세상은 미치광이 연산 때문에 흉흉한 기운이 완연해지고, 슬금슬금 반역의 기운이 펼쳐진다. 연산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 바.

  

어쩌면 새로운 왕으로 추대될 지도 모를, 동생과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연산은 낙마사고를 겪는다. 그리고 그는 말에서 떨어지며 바라본 반대파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마음을 고백하는 왕에게 임숭재는 놓치지 않고 '간언'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임씨 부자는 '채홍사'가 되고, 전국의 예쁜 여자들을 한데 모아 왕에게 바치게 된다. 여기에는 자신들이 견제하는 반대파의 딸은 물론이고, 아내까지 포함시킨다. 임사홍은 자신이 파직되던 시절, 소인이라 비웃던 양반들의 딸들을 모두 데리고 가려고 하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던 숭재는 우연히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백정의 딸, 단희를 만난다.

 

백정이라니, 소 돼지를 때려잡는 여자까지 왕에게 데려갈 수는 없기에 숭재는 그녀가 최고의 미색을 갖췄다는 것을 알지만 외면한다.

 

그런데 임사홍의 원수의 딸을 데려가려다 단희가 그 딸 대신 가마에 오르는 것을 알게 된다. 숭재는 왠지 모를 끌림으로 그녀를 내치지 못하고 데려간다.

 

 



 

 

그러는 사이, 장녹수는 1만 미녀를 대동한 임씨 부자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수제자를 그 속에 넣어 여전히 왕을 자신의 손아귀에 두려 한다. 판부사와 일을 모의하던 장녹수의 마음을 빼앗은 건 관기 설중매.

 

 



 

 

그렇게 전국의 1만 미녀가 왕에게 바쳐지고, 왕의 여색을 탐하는 병증은 더욱 심해져 간다.

 

본격적으로 임씨 부자는 1만 미녀, 운평들을 교육시킨다. 어떤 교육이냐 하면 왕을 즐겁게 모시기 위한 교육이다. 이를 묘사한 장면 또한 매우 과하다.

 

이 장면이 꽤 길며, 여자가 보기에는 좀 민망한 면도 있다. 과하다.

야한가, 라고 한다면 아주 많이 야하다.

 

 


 



 

 

운평들의 한복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퓨전 한복도 아니고, 나 참.

 

어쨌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간다면 본격적인 운평의 교육이 시작되면서 단연 탑으로 꼽힌 이들이 단희와 설중매.

  

단희는 임숭재의 단독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고, 이에 맞서는 설중매는 장녹수의 특훈을 받는다.

연산은 틈틈이 운평의 교육장을 찾으며 애닳아 하고, 그의 눈에 띄기 위해 설중매는 매력을 뽐내기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뛰어난 칼춤의 실력을 가진 단희가 왕의 눈을 사로잡는다.

 

 



 

 

자신의 원수의 딸이라 믿는 단희가 왕의 눈에 띄는 게 못마땅한 임사홍은 다른 방법을 찾고자 한다.

임숭재는 자신들을 견제하는 장녹수가 설중매를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단희를 여전히 앞세우려 한다.

 

 

권력을 놓을 수 없는 임숭재와 장녹수는 결국, 단희와 설중매의 진검승부로 결단을 내려한다.

 

그리고 드디어 운평들의 연회날, 설중매와 단희는 기가막힌 춤솜씨를 뽐내며 왕을 즐겁게 한다.

 

이 장면 역시, 과하다 싶을 만큼 환상적이다. 볼 거리로 충분하다고나 할까. 아름답고 매혹적인 연회장면이라 할 수 있다. 두 여배우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장면.

 

 



 

그런데 연회의 막바지 단희가 칼춤을 위해 가지고 있던 칼을 가지고 왕을 향해 달려든다. 그와 동시에 단희를 향한 독화살이 날아든다.

 

살수는 임사홍이 지시한 것, 원수의 딸에게 권세를 쥐어줄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단희를 아끼는 마음이 커진 임숭재가 화살을 몸으로 막아 냈다.

 

그리고 이 일을 왕에 대한 역모로 몰아세우는 임숭재에 의해 반역자들에 대한 처단이 시작된다.

 

 





 

 

그러는 사이, 단희의 숨겨진 정체를 알게 된 숭재는 그녀를 왕의 곁에 머물게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여긴다. 그녀를 아끼는 마음이 커지다 못해 연정이 생긴 것.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과정의 묘사 또한 매우매우 과하다.

연산의 폭주와 폭정을 묘사하는 과정임이 분명하지만, 매우 보기 불편할 정도로 과한 묘사임에 틀림없다.

 

연회장의 반역 모의로 인해 수많은 운평들이 탈락이라는 명목으로 궁을 나서게 되고, 여기에는 숭재에 의해 단희와 설중매도 포함된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없게 된 설중매는 우연히 알게 된 단희의 정체와 숭재의 연정을 판부사에게 넌지시 일러 다시 자신을 궁으로 불러드려 달라 요청하고, 왕의 환심을 사며 임씨 부자를 무너뜨리기 위해 판부사는 단희와 설중매를 다시 궁으로 불러드린다.

 

어쩔 수 없이 단희에게 왕을 위한 교육을 시켜야 하는 숭재는 마음이 아프고, 장녹수 역시 설중매를 앞세워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고 한다.

 

연산의 앞에서 단희와 설중매는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이 마지막 대결이라는 것이 매우 과하다. 동성애 코드를 보여주는데, 매우매우 과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연산의 광인적 면모를 드러내려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불쾌할 수도 있는 연출이 아닐까 싶다.

 

이 장면을 연기해 낸 두 여배우에게 박수를!

 

두 여자 중 승자는 단희였다. 숭재의 가르침에 의한 승리였다.

드디어 왕을 모시게 된 단희.

 

그녀를 보내야 하는 숭재는 옛날 함께 뛰놀던 어린 시절의 우정을 빌어 왕에게 '단희'를 자신에게 달라고 청한다.

 

 



 

 

연산과 숭재의 칼춤 대결에서 이어지는 이 장면은 숭재의 연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연산의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발악을 보여준다.

 

더 이상 인간일 수 없지만, 인간이고 싶어하는 연산의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난다. 그가 왜 그렇게 여색에 취해 사는지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김강우와 주지훈의 연기 역시 박수를 받을 만 하다, 특히 김강우!

 

연산의 침소에 들어선 단희는 자신의 뜻을 이루기도 전에 장녹수와 판부사에 의해 홀로 잡히게 되고, 왕을 해치려 한 살수로서 왕 앞에 다시 선다.

 

연산은 그녀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녀에게 모멸감과 상실감, 불효의 아픔을 선사한다. 아주 광기어린 모습으로.

 

숭재의 마음을 알게 된 연산은 그에게 단희를 처단할 것을 명하고, 이는 숭재의 마음에 불씨를 당기게 된다.

 

홀로 반역의 편에 서게 되는 숭재.

이후, 연산의 몰락 장면 역시 과하다. 매우 놀랍고 과하다.

 

하지만 예전에 내가 봤던 책에서 읽었던 내용과 흡사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너무 과해서 다른 매체에서 연산의 마지막 묘사에 쓰지 못했던 장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매우 과하다.

 

영화의 마지막은 한 메시지를 전한다. 희대의 간신이라 불리는 임씨 부자, 그리고 장녹수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 이후에 간신이 없었나 하는 것. 권력자에 붙어 자신의 살길을 도모하는 자들은 모두 간신이라는 것.

 

그리고 그 간신들에 의해 이 나라의 역사가 이토록 흘러가고 있다는 것.

 

 



 


 

 

영화는 모든 것이 과하다.

 

러닝타임도 조금 과하고, 장면 묘사들의 선정성 및 잔인함 역시 과하다.

그런데 꽤 몰입도가 높다는 사실도 과하다면 과하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과하다.

 

김강우란 배우가 이토록 연기를 잘했던가. 그가 등장하는 장면장면마다 몰입도가 확 올라갈 정도였다. 연산이란 캐릭터에 꾸준히 회자될 정도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단연, 압도적인 연기력이었다.

물론, 배우 주지훈도 역시 놀라웠다. 현대극에만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 놀랐다.

그리고 여배우 이유영. 엔딩이 흐른 후.. 누군지 바로 검색했던 여배우.

처음 보는 얼굴이었음에도 날카로운 매력을 갖췄으며 연기가 매우 뛰어났다. 

임지연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다소 낮은 목소리와 막힌 듯한 발성이 아쉽기도 하고.

 

장녹수의 차지연은 뭐 녹수의 끝판왕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목소리로 흐르는 판소리 또한 최고!

 

어쨌든, 간신이란 영화는 모든 것이 과해서 놀라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