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늘의 연애 (2014)

Doctrine_Dark 2015. 7. 2. 22:22








오늘의 연애 (2015)

6.9
감독
박진표
출연
이승기, 문채원, 정준영, 고윤, 리지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21 분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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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대체 말인지 방구인지 싶은 말이건만... 곡의 완성도, 예술성을 떠나 2014년 한 해를 풍미했던 가요로 이 '썸'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그 썸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연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했던 과정, 단계였다면 지금은 그 자체로 연애의 한 형태로서 여겨진다고 볼 수 있을 것. 아무튼 riding인지 burning인지도 모를 그 관계, 타기는 참 어지간히도 잘 탄다, 썸.

 <그놈 목소리>, <너는 내 운명>, <내 사랑 내 곁에> 등 그동안 진지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해왔던 박진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놓기에, 상큼발랄한 분위기의 이번 영화는 정반대의 전환만큼이나 의아한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요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면 전혀 생뚱맞지만도 않다. 당장 '오늘', '나 한 사람'의 일도 자신있게 확신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나는 (감히) '내일'도 '너'를 좋아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어쩌면 '썸타기'이라든지, '간보기', '밀당' 같은 것은 그런 불안정한 위치에서 취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면 그저 궁상맞아 보일테니 필시 은근하고, 쿨하게 보여야할 것. 겉보기에는 가벼워도 남모르는 속사정은 복잡하고 무겁기만한 오늘의 연애..

 2015년의 첫 로코를 여는 <오늘의 연애>는 언뜻 제목처럼 동시대 우리의 '웃픈' 현실을 표방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런데 애인이 최신 레시피로 직접 싸온 줄로만 알았던 소풍 도시락 같은 이 영화, 가만 보면 어딘가 낯이 익은 것들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18년지기 소꿉친구를 향한 한결같은 짝사랑부터 스타의 이중성에 대한 은밀한 판타지, 일일드라마에서나 써먹을 것 같은 불륜 스캔들 등등. 여기에 새롭고 신선한 무엇을 넣기에는 그 틈이 너무나 비좁기만 하다. 공감을 논하기에는 진부하고, 평범을 내세우기에는 특별한 설정이 마치 오래된 음반 튀듯 튄다. 여기에 주인공 커플의 사랑을 위해 죄없이 희생된 조연들을 외면하고 아무렇지 않을만큼, 나는 아직 쏘-쿨하지 못하니 말 다했다. (아아 그래서 요즘 내가 연애를 못하나? 깊은 깨달음.) 미약하게나마 형성된 공감대와 유머로 영화는 중반까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흐름이었으나, 난데 없는 과거사 고백-저는 사실 18년동안 이 여자를 좋아했습니다.-이후 갈피를 못잡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후로는 중구난방으로 뻗는 위기, 절정 끝에 진부한 결말로 마무리.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관계는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요즘 타는 썸과 거리가 멀거니와, 설사 썸이라 해도 진작에 다 타버리고 회색재만 남은 관계일 것이다. 
 요즘 누가 대체 사랑하는 이를 향한 고백에 목숨을 걸까. 영화는 차라리 요즘 사랑을 이야기한다 할 것이 아니라 요즘 사랑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해야했다.

 결국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관객이 정작 볼 것은 타인의 진부한 연애담. 예상 밖으로 함량 미달인 공감의 요소가 아쉬운 영화다. 주연을 맡은 이승기와 문채원의 케미스트리는 나쁘지 않지만 연애든, 영화는, 과학이 아니니까. 활발한 화학반응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닐 뿐더러, 충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