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주 전쟁 (War Of The Worlds, 2005)

Doctrine_Dark 2016. 2. 15. 01:24





    


스필버그 스스로 언급했듯 이 영화는 “영화사상 가장 큰 스케일의 ‘작은 영화’” 혹은 “블록버스터급 컬트 영화”다. 스필버그는 [우주 전쟁]을 통해 이렇게 속삭이며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하는 목적이 뭘까요? 끝 부분이 너무 갑작스럽고 황당하다고요? 그들이 왜 지구인의 피를 빨아먹는지도 궁금하시죠? 외계인의 침공 후 여기 저기 널려 있는 붉은 넝쿨의 정체는 뭘까요? 궁금하시면 제 영화를 욕하기 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세요. 그리고 53년 작 영화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우주 전쟁]의 열혈 추종자가 되면 제가 만든 영화도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고도 제 영화가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한 사람이라도 더 [우주 전쟁]의 팬클럽에 가입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 김정대 영화 칼럼 중에서

 
여기서 “영화 사상 가장 큰 스케일”은 우주에서 온 외계인을 다뤘다는 주제로 볼 수 있겠고 “작은 영화”라고 한 것은 외계인의 침략에 대해 평범한 노동자 계층(블루 컬러)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바라본다는 의미일 듯싶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이라고 느껴지는 커다란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논리적 오류와 구성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있기에 “컬트 영화”라는 표현도 적절한 것 같다.

관객들이 영화관을 나오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감독은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이는 스필버그가 자신의 어렸을 적 오마쥬였던 [우주전쟁]을 오직 자신의 만족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며, 이러한 과학적 비논리성에 대해 필자가 개인적으로 궁금했었던 예들을 영화 전반부만 머리 속에 떠 올리며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인류가 발전하기 전에 공격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치밀한 지구정복 계획만 세운 이유.
▷ 인류가 생겨나기(약 250만년) 전에 숨겨놓은 오래된 트라이포드를 사용한 이유.
▷ 어느 정도 깊이로 숨겨 놓았기에 트라이포드는 지구의 지각 변동(바다가 육지가 되고 육지가 바다가 됨)에도 노출되지 않았을까.
▷ 만약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숨겨 놓았다면 한 곳에서 2개 이상의 트라이포드가 나온 이유.
▷ 깊은 곳에 숨겨 놓은 트라이포드가 나올 때 지각변동에 의한 지진이나 용암 분출이 없는 이유.
▷ 지구 내부의 고온(6000도)과 고압(300만 기압)을 이겨 낸 트라이포드가 인류의 하찮은 무기(바주카포, 수류탄)에 약한 이유.
▷ 번개와 같은 빛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를 뚫고 동시에 교통수단으로까지? 더구나 생물체(외계인)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역시 대단한 과학기술이다. -_-;
▷ 번개로 인한 전자기장 충격으로 EMP(electromagnetic pulse) 효과를 발생시켰는데 페리어가 탔던 차가 고쳐질 수 있는가? 그것도 엔진 부속품 하나 고쳐서.
▷ 외계인이 지구에 착륙할 때 EMP와 기타 다른 충격을 받고도 그들의 무기인 트라이포드는 멀쩡한 이유. 또 비디오 카메라는 왜 멀쩡하지?
▷ 가공할 힘을 가진 레이저 광선이 인간의 옷에 손상을 주지 못하는 이유.
.................................................(중략)
 

그럼, 우선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한다는 원작에 대해 따져보기로 하자. 이 작품은 19세기 말에 쓰인 허버트 조지 웰즈의 고전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웰즈의 소설에서는 대포알을 타고 날아온 화성인들이 거대한 트라이포드와 광선총으로 19세기 영국을 공격한다는 내용을 큰 골격으로 하고 있다. 영화 [우주전쟁]이 원작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화성인이 정체모를 외계인이 되고 대포알이 번개같은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스필버그 감독이 왜 원작을 바꿔야 했는지 생각해 보면 다음 두 가지 이유가 답이 될 것 같다.
첫째,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화성에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고 만약 존재한다면 화성인이 어떤 특별한 목적 없이 지구를 공격하여 인간을 살육한다는 것에 아무도 동감하지 못 할 것이다. 따라서 스필버그는 화성인이란 언급 없이 그냥 외계인으로 표현했으리라.
둘째, 대포알 대신 번개 같은 걸 타고 지구에 상륙을 하게 되는데 음속의 속도를 내는 비행기가 개발된 요즘  대포알은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다는 생각으로 그 보다 빠른 빛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여러가지 면에서 너무 억지스럽고 생각이 다듬어지지 않았다. 볼거리라면 할리우드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무장한 트라이포드가 이 영화의 유일한 핵심이요 포인트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총평 : 스필버그의 말 중에 "9.11이 모든 것을 재편했다. 그 일이 우리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라는 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9.11 테러에 대한 미국인들의 심리적 공황을 보여준 것 까지는 좋지만,  9.11 테러리스트를 아무런 이유와 목적도 없이 지구인을 말살하는 외계인으로 비유했다는 점과, 이러한 테러리스트의 행위가 미국 노동자계층의 무조건적인 적대심과 편협한 애국심에 의해 퇴치될 수 있다고 설정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마지막으로, [인디펜던스 데이]와 같은 할리우드 영웅주의를 깨기 위하여 대통령, 과학자 그 외 어떤 뛰어난 요원의 등장이 없었다는 점에 기존 영화와 차별성을 둘 수는 있지만, 레이첼역으로 나온 패닝 양의 쇠를 깎는 듯한 비명 소리는 필자의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충분히 떨어뜨려 주었고, 지구를 구하겠다는 단순한 신념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들 로비, 그리고 자식들에게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기 싫은 듯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하는 철부지 아빠 페리어와의 갈등하는 장면 등 극중인물들의 오버 연기는 [우주전쟁]이 기존 스펙터클 영화와 차별성을 둔 의미를 퇴색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