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 (The Martian, 2015)

Doctrine_Dark 2016. 2. 15. 01:31



  마션....


   나는 콘택트 - 스페이스 오딧세이 - 인터스텔라로 이어지는 우주과학 영화를 좋아한다. 마션 또한 우주과학영화이지만, 난 이 영화가 내가 좋아하는 SF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멧 데이먼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와 함께 인터스텔라와 연관시킨 영화사의 노력에 일말을 기대를 갖고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 영화는 인터스텔라 같은 SF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는 그래비티 같은 SF영화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캐스트어웨이와 같은 표류 영화지 않은가? 물론 연출은 캐스트 어웨이의 발톱의 때도 되지 않지만. 


   연출의 어설픔은 영화의 곳곳에서 나타난다.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가 사고를 당할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리더인 루이스는 마트 와트니가 살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는 나중에 개인적인 갈등으로 치닫을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떡밥으로 치부하고 넘어간다. 




   화성에 혼자 남은 마크 와트니는 갑자기 카메라에 대고 말한다. '나 식물학자야'. 이는 굉장히 뜬금없이 다가온다. 

   우리의 위대한 식물학자께서는 감자가 있음을 알고, 플로토늄 장치로 추위를 이겨내며, 패스파인더를 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이다. 영화는 위대한 식물학자와 지구의 천재들의 조합이니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말한다. 

   위기에 처한 마크와트니는 화성의 안락한 기지에서 농사를 지으며 룰루랄라 살아간다. 주인공의 외로움, 고뇌, 슬픔, 그런 게 있어도 전혀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구나 의식주가 중요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되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건 주인공의 고민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 영화는 마치 농사를 짓는 게 화성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듯이 말을 한다.



   
   하지만, 더 큰 헛점은 그 다음부터 나타난다. 마크 와트니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는 이제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어떻게 처절하게 살아갈까? 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성에 표류한 마크 와트니를 NASA에서 어떻게 구할까?' 라는 이야기로 변질된다. 

   이야기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보급선, 그리고 중국 시장을 의식한 중국 끼워넣기는 보면서 실소를 머금게 만드는 최악의 연출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갈등을 어거지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리치 퍼넬이라는 천재가 우주선의 경로를 구하는 수식을 완성하고, 갈등이 고조된다. 

   그 갈등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돌아가서 구해야 하나? 아니면 살아남은 자들은 지구로 귀환해야 하나? 근데 아무런 반대 없이 구하러 가자. 라고 모두가 동의해버린다.

   사실 이럴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우주선은 항로를 바꿔 꿔서 구하러 갈 수 있었고, 보급선이라는 영화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은 이야기를 삭제하고,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어떻게? 그리고 처절하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다루어주었다면, 마션은 애매한 SF에서 탈피한 평점 6점대 이상의 표류SF축에 끼는 영화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션은 그나마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1년 후' 라는 자막과 함께 멧 데이먼이 영화를 위해 살을 빼느라 노력했으니 제발 이해해달라고 간청하듯 걷어차 버린다. 

   여기서부터는 모두가 살아서 돌아가겠구나라는 뻔한 이야기와 함께 아이언맨 B급 유머를 날리는 것을 보고 감동은 커녕,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게다가 팀원들과 다시 만나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단 10초만에 스킵하는 연출력에 또다시 할말을 잃었다. 이 영화는 중요한 부분은 스킵하는 게 특기 인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션을 보러 가면서, 아 이 영화는 그래비티같은 답이 없는 다큐영화와 비슷할 수 있겠구나라고 충분히 감안하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도 더 최악이며, 조잡하고, 저급하다. 

   이 영화는 SF영화라고 생각하기도 싫다. SF특유의 과학적인 영감. 그것은 이 영화에 없다. 이 영화를 SF영화라 부른다면 이는 SF영화에 대한 모욕이다. 

   그렇다고 해서, 표류 재난영화라 부르기도 싫다. 표류 재난 영화만의 주인공의 고뇌, 처절한 사투 또한 이 영화에 들어있지 않다. 만약 이 영화를 표류 재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냥 '화성에 떨어진 식물학자의 별 의미없는 농업일지' 같은 영화다. 그나마 봐줄만한 건, 화성에서 기른 감자뿐이었으니 말이다.


   마션은 마크 와트니를 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영화인줄 알았다면, 명작 인터스텔라나 캐스트 어웨이를 한번 더 볼 걸 그랬다.


아니면, 차라리 언프리티 예지랩이나 한번 더 들었으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텐데. 아무튼 두번 다시 볼 일이 없는 영화임은 틀림없다.